[스포츠&비즈니스]신지애&금융회사스폰서궁합“굿샷!”

입력 2009-02-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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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의선택이탁월한이유
‘그럴 리가?’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다. 며칠 전 신지애 선수가 스폰서를 못 구해 ‘빈 모자’를 쓴다는 기사를 보고 의아해했다가 연봉 10억원에 옵션 5억원 등 최대 연 15억원짜리 계약을 체결했다는 뉴스가 나와 ‘엉터리 과제를 냈던 건 아니구나’라고 안도했다. 작년 한 대학에서 강의를 했었는데 학기 중 학생들에게 ‘신지애 100억짜리 선수 만들기’라는 과제를 냈던 것 때문이다. 스포츠마케팅과 연관된 과목이라 스폰서유치 실습차원에서 약간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은 과제로 기억한다. 보고서에 담을 내용은 선수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하고 기회와 위협요인을 감안한 홍보전략과 유망한 스폰서를 결정하는 것 등이었다. 작성요령에 덧붙여 혹시 잘 만들었다고 생각되면 그 선수가 에이전트로 모시고 갈지도 모르니까 2부를 작성해 신지애에게 1부를 보내라는 당부까지 했기 때문에 ‘빈 모자’ 기사가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괜찮은 아이디어가 더러 있었기에 학생들이 제출한 리포트를 다시 한번 꼼꼼히 읽어보았다. 그런데 채점할 때는 무심히 봤는데 놀랍게도 금융권 스폰서가 적합하다는 족집게 학생이 3명이나 있었다. 이유인즉슨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선수의 이미지를 요즘 위기를 맞아 ‘흔들리는 금융권’이 차용하면 고객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였다. 거기에다 국내 금융권이 해외 마케팅에 나설 형편이 아니기 때문에 약간의 우려가 있다는 해석을 단 학생도 있었다. ‘학생들이 생각한 걸 기업의 마케팅 전문가들이 모를 리가 없겠지’라는 생각으로 다시 계약기사를 보았다. 기사에는 신지애를 후원하게 된 동기를 관계자의 말을 빌려 ‘미래에셋운용이 국내 운용사 중 해외에 가장 적극적으로 진출해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 인지도 향상’이라고 했다. 미래에셋이 원하는 게 해외에서 인지도 향상이라면 대상을 정말 잘 골랐다는 생각이다. 다른 그림은 차치하고 만일 신지애 선수가 미국에서 잘 알려진 미셀 위와 경기를 펼치는 모습 한 장면만 연상해보면 된다. 그야말로 인지도는 떼놓은 당상이다. 여러모로 대비되는 두 선수는 한미 양국 미디어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신지애 선수를 상징하는 ‘흔들리지 않는’, ‘웃음을 잃지 않는’, ‘자로 잰 듯한’ 등의 이미지가 회사로 옮아간다면 미디어 노출을 통한 인지도 향상 뿐만 아니라 신지애 선수 특유의 안정적인 이미지까지 덤으로 따라올 수 있다. 지난해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선수로는 수영의 박태환, 피겨의 김연아, 배드민턴의 이용대도 있었지만 수업과제로 신지애 선수를 지목한 이유는 ‘푸근한 외모’로 과제를 어렵게 만들려는 의도만은 아니었다. 워낙 탁월한 선수라 틀림없이 궁합이 맞는 스폰서가 있으리라는 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정말 잘 만난 커플로 보인다. 올 시즌이 끝날 때쯤이면 둘 다 원하는 바를 얻기를. 정희윤 스포츠경제연구소장. 프로야구 초창기 구단 프런트에서 일하며 ‘돈벌이도 되는 스포츠’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스포츠와 비즈니스의 접목, 나의 지향점이자 한국 프로스포츠산업의 현실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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