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투인비테이셔널이남긴것바투대중속으로…e세상e글e글

입력 2009-02-15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바둑계의 ‘F4’ 허영호(23·프로기사 6단)가 지난 12일 바투인비테이셔널에서 초대 챔피언컵을 손에 쥐었다(본지 14일자 기사). 허영호는 조훈현, 유창혁 등 한국바둑계의 ‘전설’들과 중국 바둑랭킹 1위 구리 등을 차례로 꺾고 결승에 오른 뒤, 이번 대회 홍일점의 여전사 박지은 마저 3-1로 제치고 우승에 성공했다. 이것으로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맞춰 개막전을 연 바투인비테이셔널은 한 달반여간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폐막됐다. 바투 게임사이트(www.batoo.com) 운영사이자 게임 개발사인 이플레이온은 오는 4월 바투인비테이셔널의 2배 이상 규모로 바투 정규리그를 개최할 계획이다. 가칭 ‘바투월드챔피언십’으로 명명된 이 리그는, 프로기사 초청전 형식으로 열린 바투인비테이셔널과 달리 전 세계 바투 게이머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바투는 바둑과 온라인게임이 만난 신종게임이다. 게임적 요소를 다분히 갖추고 있지만 역시 뼈대는 바둑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 점으로 인해 바투는 등장하기 이전부터 바둑계의 이목을 끌었다. 바투인비테이셔널을 지켜보며 바둑계는 솔직히 꽤 큰 충격을 받았다. 구름 위의 신선 같은 고고한 이미지를 지켜 온 프로기사들이 헤드세트를 낀 채 유리 부스 안에 들어가 수 백 명의 관중 앞에서 경기를 하고 있는 모습은 바둑팬들로선 경악할 만한 장면이었다. 젊은 프로기사들이야 그렇다 쳐도, 한국바둑의 상징이라 할 조훈현 9단과 유창혁 9단의 참가는 놀라웠다. 이들의 변신에 대해 바둑계의 반응은 반반으로 나뉜다. 보수적인 팬들의 가재 눈에 반해 보다 진보적인 쪽은 바투의 신선한 바람이 고리타분한 반상에도 씽씽 불어주길 기대하는 눈치이다. 분명 용산 e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관중들이 함성을 지르며 응원하는 모습은 바둑계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국내 최대의 바둑대회인 한국바둑리그조차 지방투어를 할 때면 관중들을 동원하느라 애를 먹곤 한다. 하지만 바투는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음에도 매주 경기 때마다 관중들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스타크래프트 경기장과 다른 점은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찾았다는 것. 어린 자녀들의 손을 잡고 온 가족단위 관중들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바투가 바둑계에 남긴 것은 이 외에도 많다. 관중들의 입맛에 딱 맞는 이벤트. 이날 결승전을 앞두고 벌어진 개그맨 김학도와 스타크래프트 최고 해설자 엄재경의 친선 바투경기는 본 경기 못지않게 팬들의 인기를 끌었다. 최근 프로기사 아내 한해원 씨와의 사이에서 득남한 김학도 씨는 이날 이벤트전에서 ‘필승’, ‘장고 중’이란 글씨가 적힌 머리띠를 두르고, ‘김장훈 표’ 발차기를 무대에서 선보이는 등 관객들을 한껏 즐겁게 했다. 역시 바둑 대회장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다. 대회가 열리는 동안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바투용어’ 역시 화제가 됐다. ‘좌상귀’, ‘우변’, ‘착순’ 대신 보다 게임스러운 ‘11시 방향’, ‘3시 방향’, ‘턴’이 쓰였다. ‘단수’, ‘패’ 등의 바둑용어가 그대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마이너스 먹이기(상대로 하여금 마이너스점을 두게 만드는 일)’, ‘히든 말리기(상대가 히든을 사용하기 어렵도록 약점을 없애는 일)’ 등 바투만의 신종용어들이 인기를 끌었다. 바투의 성공적인 출발이 바둑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바둑이 지닌 이미지와 한계를 넘어서 줄 ‘바둑이 아니지만, 바둑같은 게임’의 탄생을 기대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바투는 바둑계가 보여주지 못한 파격적인 이벤트, 젊은 팬의 유입, 게임성 강화 등을 통해 확실한 가능성을 제시했다. 올 4월에는 정규리그를 통해 더욱 업그레이드 된 ‘히든’을 드러낼 것이다. 바투는 바둑계와 게임계의 중요하고도 획기적인 실험이자 도전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