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쯤이야”…루키천대현의날

입력 2009-02-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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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천대현(193cm·울산모비스)의 트레이드마크는 왼쪽 어깨를 감싼 검은색 숄더 랩. 대학 1학년 시절, 어깨가 탈골된 이후 습관적으로 어깨가 빠진다. “두려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라고 했지만 막상 경기에 나서면 잡념을 가질 겨를이 없다. 15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모비스와 서울 SK의 2008-2009 동부 프로미 프로농구. 이 날도 천대현(17점)은 겁 없이 덤볐다. 1쿼터 2분30초께. 상대 에이스 방성윤이 공을 잡는 순간, 천대현이 악착같이 공을 내리쳤다. 왼 어깨가 ‘두둑’거렸다. 모비스는 김현중과 오다티 블랭슨 등 주전들이 부상으로 빠져있는 상황. 부상 노이로제에 시달리던 모비스 유재학 감독의 얼굴이 굳어졌다. 천대현은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으며 코트를 나섰다. 3분 만에 어깨를 맞추고, 벤치에 앉는 순간. 코트에는 김효범(193cm)이 쓰러져있었다. 비시즌 때부터 자신을 가장 다그치던 선배였다. 김효범은 “정영삼(전자랜드)보다 더 좋은 자질을 갖추고 있는데 어리버리하게 굴어서 반 죽여 놨었다”고 했다. 목 부상으로 들것에 실려 나가는 김효범을 보며 천대현은 ‘선배 몫까지 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2쿼터. 천대현은 3점슛 2개를 링에 꽂으며 8득점을 기록했다. 모비스는 주포 김효범이 빠진 상황에서도 38-38로 전반을 마쳤다. 하프타임. 이번에는 선배의 투혼이 라커룸을 수놓았다. 김효범은 유재학 감독에게 “큰 부상이 아니니 뛰게 해달라”고 졸랐고, 유 감독도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던진 슛이 2점인지, 3점인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는 김효범(15점)은 3쿼터에서만 10득점을 올렸다. 3쿼터 5분경. 김효범이 불편한 듯 목에 붙인 테이핑을 떼어내 코트 밖으로 던지자 모비스의 기세는 더 무서워졌다. 결국 82-77 모비스의 승리. 김효범은 “동료의 빈자리를 메울 각오가 돼 있기 때문에 모비스는 절대 한 두 선수가 빠져도 무너지지 않는다”고 했다. 단 한명의 외국인 선수만으로도, 주전가드 없이도 모비스가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었다. 25승15패를 기록한 모비스는 2위를 지켰고, 갈길 바쁜 SK는 8위(18승22패)로 내려앉았다. 한편, 인천삼산체육관에서는 인천 전자랜드가 안양 KT&G를 100-86으로 꺾었고, 대구실내체육관에서는 서울 삼성이 대구 오리온스를 92-85로 제압했다.KCC는 동부에 88-81로 승리. 잠실|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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