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바이올린의제왕,‘황금손가락을가진사나이’로비라카토시

입력 2009-02-16 06: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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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권위의 바이올린 경연장인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있었던 실화 한 토막. 채점표를 집계하느라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던 동료 심사위원들을 향해 바이올린의 대가 피에르 아모얄이 외쳤다. “자, 오늘 일은 이 정도로 끝내고 이제 모두 로비 라카토시의 연주를 들으러 갑시다.” 심사위원들은 모두 얼굴을 활짝 펴고 손뼉을 쳤다. 심사위원 중에는 이다 헨델, 예후디 메뉴인과 같은 거장들도 있었다. 메뉴인은 “브뤼셀에 볼 일이 있다면 오로지 라카토시의 연주를 듣기 위해서다”라고 말할 정도로 그의 ‘광팬’이었다. 로비 라카토시(44)가 누구인가. 정통 클래식계에서 가재 눈을 뜨고 보는 집시 바이올리니스트. 다섯 살 때부터 집시 바이올린을 배운 그는 부다페스트의 벨라 바르토크 음악원에서 정통 바이올린 수업을 받았다. 로비 라카토시는 헝가리 집시 음악가문의 적통을 이어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베토벤이 존경해 마지 않았던 음악인이자 피아노의 제왕 리스트가 “마법에 휩싸인 듯한 바이올린이 우리들의 귀에 눈물처럼 떨어졌다”는 헌사를 바친 헝가리 집시 바이올린의 전설 야노슈 비하리 가문의 7대손이 바로 로비 라카토시이다. 이 가문이 어떤 가문이냐고? 브람스의 저 유명한 ‘헝가리 무곡’이 이 가문의 집시음악에서 주제를 따 왔다면 이해가 가시는지. 집시풍의 멜랑콜리는 그의 전매특허이다. 하지만 정통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주목하는 것은 그의 왼손에 있다. 왼손으로 현을 뜯는 스타카토는 그의 찬란한 기교를 드러내는 전매특허로 꼽힌다. 상식적으로 지판을 짚는 왼손으로 스타카토를 연주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벤게로프 이후 절대기교를 자랑하는 초일류 바이올리니스트 아이들 스타들이 사라진 작금에 이르러, 그의 왼손 스타카토는 좀처럼 무대에서 볼 수 없는 명연기이다. 로비 라카토시가 집시 바이올린을 들고 한국을 찾는다. 이미 2000년과 2002년 내한 공연을 통해 자신만의 ‘내공’을 마음껏 과시했던 그의 7년 만의 방문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6인조 앙상블과 함께 집시 작곡가 수하 발로 요제프의 ‘불의 춤’, ‘집시 볼레로’, 프랑스 샹송 작곡가 미셀 르그랑의 ‘아버지 제 말씀이 들리나요’, 라카토시 자신이 자작 자연하는 ‘마라케흐의 밤’ 등을 들려준다. 피겨 스케이팅 슈퍼스타이자 김연아의 유일무이한 라이벌 아사다 마오의 프로그램 곡으로 잘 알려진 비토리오 몬티의 ‘차르다쉬’도 있다. 한국인의 귀와 가슴에 순간접착제처럼 쩍쩍 들러붙는 집시의 에스프리. 여기에 상상초월의 손가락을 가진 로비 라카토시의 신들린 기교. 자, 무엇이 더 필요할까? 3월 29일(일) 오후 2시|예술의전당 콘서트홀|문의 빈체로 02-599-5743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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