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에세이]뛰고싶은박진만…노감독의기다림

입력 2009-02-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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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선수 가운데 국제경기에 가장 많이 출전한 이가 누구인지 아십니까. 2000시드니올림픽, 2002부산아시안게임, 2006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08베이징올림픽…. 한국 야구의 영욕을 함께 했던 그 선수 말입니다. 국제대회 50경기에 나섰던 그의 타율은 0.211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감독들은 “없어선 안될 선수”라고 합니다. 그는 한국 최고의 유격수이기 때문입니다. 박진만(33·삼성·사진). 하와이에서 보낸 나흘 동안 수십번은 입에 올렸을 이름입니다. 한 프로야구선수의 부상이 이렇게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된 적이 또 있었을까요. 씁쓸하게 웃던 박진만이 말합니다. “마음대로 아프지도 못하겠네요.” 대표팀의 부름을 받을 때마다 군소리 한번 없이 달려갔던 그입니다.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그는 그저 정해진 듯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힘든 타구를 쉽게 잡아내고는 씩 웃어버리던 그 모습처럼 말입니다. “이번엔 힘들 것 같다”는 그의 말이 그래서 더 충격적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국가대표 자리가 지겨워서는 아닙니다. 그는 어깨가 아픕니다. 부상과는 거리가 멀던 그였는데, 지난해 초반부터 서서히 통증이 오더랍니다. 그리고 “지금이 데뷔 후 가장 아픈 상태”랍니다. 아픈 건 어깨만이 아닙니다. 가슴 한쪽에 돌덩이가 하나 얹힌 듯합니다. “무조건 기다려보겠다”는 코칭스태프, 그리고 “WBC에 꼭 나가고 싶다”는 후배들. 갈수록 더 무거워져 갑니다. 하지만 김인식 감독에게도 박진만은 절실한 선수입니다. “2라운드에라도 출전할 수 있다면 기다려 보고 싶어.” 이승엽도, 박찬호도, 김병현도 보내준 김 감독이 박진만 한 사람만은 잡고 싶어 합니다. 그래도 박진만은 아직 자신 없어 합니다. “낫는다는 보장이 있다면 뛰겠다고 말하고 싶지만…”이라며 말끝을 흐립니다. 이러다가 정말 박진만 없는 WBC를 봐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많은 이는 기억할 겁니다. 김 감독의 부름에 기어이 하와이까지 날아와 자리를 지켰던 그의 모습을요. 그는 100% 자격 있는 ‘국민 유격수’입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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