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편지]조금만힘을빼면방법이생깁니다

입력 2009-02-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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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레이스라는 다카르랠리에서 가끔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합니다. 먼지처럼 고운 모래 늪에 타이어가 빠지면 아무리 강력한 엔진을 가진 자동차도 꼼짝 못합니다. 대다수의 초보 레이서들은 엑셀을 밟아댑니다. 바퀴를 세게 돌릴수록 차는 점점 모래 속으로 파묻힙니다. 그렇게 한 두 시간 씨름하다 보면 이글거리는 태양열에 사람도 탈진하고 자동차도 엔진과열, 연료소진으로 퍼져 버리지요. 때 맞춰 구호팀이 도착하거나 지나가는 차가 도와주지 않으면 목숨을 잃게 되는 상황으로 치닫게 됩니다. 이런 일을 경험해보신 분들은 지금쯤 혀를 차며 이렇게 말씀하실 겁니다. “그럴 땐 깔판을 구해다 바퀴 밑에 넣어야지.” 그러나 사막에선 이 방법도 전혀 안 통합니다.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우선 옛날 방식으로 밀어붙이는 걸 멈춰야 합니다. 안 통하는 방법을 고집하는 건 바보입니다. 알 만한 사람에게 물어보거나 동네 사람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상책입니다. 다카르의 고수들은 이럴 때 타이어의 공기를 좀 빼보라고 합니다. 그러면 모래와 닿는 타이어 면적이 넓어져서 힘을 더 잘 받겠지요. 몇 시간 죽을 고생이 무색하게 단숨에 후욱 빠져나옵니다. 공기를 뺀다는 것은 과도한 자신감을 조금 낮추라는 얘긴 것 같습니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의 비판에도 귀가 열립니다. 타이어가 빵빵하면 어떤 길도 대체로 잘 달립니다. 그러나 사막에선 조심해야 합니다. 언제 공기를 빼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 지혜로운 리더입니다. 글쓴이 : 이규창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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