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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용 앞에 일본 타자들은 강풍에 떨어지는 낙엽과 같았다.´ ´진구의 수호신´ 임창용(야쿠르트)이 한국의 승리를 지켜내며 국제용 마무리 투수임을 입증했다. 한국야구대표팀은 9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순위 결정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짠물 투수진을 앞세워 1-0 신승을 거뒀다. 한국 투수진은 이 날 경기에서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선보였다. 대미를 장식한 선수는 6년 만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임창용이었다. 임창용은 이날 5명의 타자를 상대로 퍼펙트 피칭을 선보였다. 0-1로 뒤진 상황에서 일본 타자의 방망이는 연신 허공을 갈랐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13명의 투수 중 유일한 해외파인 임창용은 8회 위기에 순간 마운드에 등판했다. 어설픈 주루 플레이로 추가점을 올리지 못한 터라 어느 때보다 그의 책임이 막중했다. 하지만, 임창용의 투구에는 불안한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8회 1사 1루에서 류현진(한화)을 구원 등판한 임창용은 일본 대표팀 타자 중 최고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나카지마 히로유키(세이부)와 일본 최고의 교타자 아오키 노리치카(야쿠르트)를 투수 앞 땅볼로 잡아내며 급한 불을 껐다. 일본의 하라 다쓰노리 감독은 이미 1아웃을 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카지마에게 보내기 번트까지 지시했지만 결국 주자를 불러들이지 못했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임창용은 세 타자를 가볍게 돌려세우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4번 타자 무라타 슈이치(요코하마)를 3구 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낸 임창용은 특유의 뱀직구로 나머지 타자들도 범타로 막아냈다. 무표정한 모습으로 투구를 이어가던 임창용은 승리가 확정되자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임창용은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로 군림하다가 부상과 사생활 문제가 겹치며 그저 그런 투수로 전락했고, 한물 간 투수라는 평가를 들으면서도 2007년 말 일본 진출을 선언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임창용의 성공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적지 않았지만 그는 지난 해 33세이브(1승5패)를 올리며 일본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자리 매김했다. 평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WBC에 꼭 나가고 싶다"고 누누이 밝혀왔던 임창용은 일본과의 아시아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자신의 꿈을 실현시켰다. 【도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