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세계로go!]무대,희망을말하다…비보이공연의대부김영원씨  

입력 2009-03-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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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원(40) 문화기획자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저절로 흥겹다. 1999년부터 2009년까지 비보이를 둘러싼 문화가 바뀌어가는 그림이 회오리처럼 머릿속에 돌아간다. 달력의 연도가 바뀔 때마다 도전의 연속이며, 공연을 진행한 에피소드는 파란만장했다.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초기 기획자인 김영원은 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1분도 허투로 쓰지 않고 힙합 문화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문화인이다. 특히 비보이 공연에 전념한다.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는 원작 ‘프리즈’를 개명한 극으로 발레리나를 사랑하게 된 비보이가 등장하는 비언어극이다. 김 씨는 2005년 당시 이 공연을 기획하며 비보이들을 극장 무대로 데뷔시켰다. 연극이나 뮤지컬 등 기존 공연을 진행하는 주류 방식과 거리에서 춤추던 비보이의 비주류 방식은 사뭇 달랐기 때문에 그 중간자 역할을 했다. 이 공연은 남녀노소 관계없이 5년 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지만, 지금도 법정 공방이 끝나지 않았을 정도로 폐해도 크다. 초기 작품을 사들인 회사와 상표 등록 과정에서의 갈등, 저작권 분쟁 등에 휩싸여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은 것이다. 한국 비보이극의 유행을 선도한 김 씨는 자부심과 동시에 허탈감도 크다. 공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소모적인 과정에 질린 것이다. 비보이 공연이 주목받으면서 ‘5·18, 살수대첩 등 역사적 사건을 비보이 춤으로 다뤄달라’, ‘브로드웨이에서 보여줄 수 있는 공연을 만들라’는 등 단기간 생색내기용 제안도 많이 받았다. 이 때문에 비보이극은 5년 간 별다른 변화와 흥행도 없이 한 가지 작품만 울려먹는 상황이 돼버렸다. 김 씨는 지칠 법도 하지만 절대 새로운 시도를 접지 않았다. 대안이 있다. 바로 ‘명랑 힙합 마당극’과 ‘힙합 페스티벌’ 등이다. 그가 꿈꾸는 차세대 비보이 극이다. 지방에서 힙합축제도 열고 ’비‘나 ’보아‘와 같은 비보이· 비걸 롤 모델도 만들고, 비보이들이 다닐 수 있는 4년제 대학학과도 만드는 등 여러 아이디어를 차곡차곡 쌓고 있다. 한국 비보이가 세계 최강으로 인정받은 만큼 우리나라에서 비보이세계대회도 개최하고, 돈을 주고 미국에 공연을 하러 가는 게 아니라 수익을 내고 해외로 갈 수 있는 기획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비보이는 세계 최강이지만 비보이를 둘러싼 공연문화는 독창적이지 않다. 그는 패션, 뉴미디어 등 비보이 문화를 우리의 문화와 개성을 담아 문화이벤트로 기획하려는 꿈이 가득하다. 미국에 사진을 공부하러갔다 힙합에 매료된 그는 국내로 돌아와 99년 엠넷 음악 채널에 VJ로 활동한 전력이 있다. 이문세 뮤직 비디오, 영화, MBC-TV의 ‘베스트극장’등에 출연하며, ‘힙합 더 바이브’라는 힙합프로그램을 4년간 맡아 진행하면서 연예인보다는 비보이나 래퍼들과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힙합 문화에 몸담게 됐다. 자신이 힙합가수들보다는 노래를 덜 알고, 비보이만큼 춤은 부족해도 랩· MC· 그래피티· 비보잉 등 힙합문화 전 분야를 아우르는 데에는 누구보다 자신만만하다. 전반적인 지식 없이 무조만 공연만 올리는 것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비보이에 대한 애정 없이 ‘스타일’만 빌리는 것은 금물이다. 비보이극은 무엇보다 객석과 관객이 하나가 되는 열린 공연이다. 한국 전통 마당극과 같다. 2007년 ‘발랄하이’를 만들 때는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흐린 기억 속의 그대’ 등 대중적인 곡을 힙합으로 편곡하고 황병기 음악을 넣고, 올림픽공원에 야외 천막 무대를 세우는 등 갖가지 새로운 시도를 했다. 2008년에는 문화관광부의 후원으로 ‘바람의 나라’를 만들고, 한국 전통 공연양식과 비보이 관련 데이터베이스 작업을 했다. 그에게 공부는 필수다. 그의 꿈은 ‘태양의 서커스’를 뛰어넘는 것이다. 태양의 서커스가 다른 버전의 공연으로 세계 각지에서 상설 공연을 펼치듯, 김영원이 꿈꾸는 ‘명랑 힙합 마당극’을 다채로운 형태로 선보이겠다는 시도는 접지 않을 작정이다. 현재는 ‘아자’라는 새로운 힙합 공연을 기획 중이다. ‘발랄하이’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2008년 ‘B’s cool’ 이라는 회사를 차린 뒤 꾸준히 투자자를 찾고 공연을 만들고 있다. “힙합은 1980년대 중반 런디엠씨(Run D.M.C.) 그룹의 탄생을 시점으로, 그 전은 올드스쿨 그 이후는 뉴스쿨이라 합니다. 비스쿨은 비보이로 하는 힙합의 새 역사를 쓰겠다는 뜻이죠.” 비보이 공연의 대부인 그는 우리나라의 마당놀이와 힙합 문화를 결합한 새로운 공연의 꿈을 현실로 만들고자 새로운 역사를 쓰는 중이다. ※다음 주 희망 릴레이 인터뷰는 김영원이 추천한 메조 소프라노 심은숙입니다. 클래식으로 어린이뮤지컬을 만드는 등 즐겁고 대중적인 공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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