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한국을준우승으로이끈또하나의공신‘그물망수비’

상대 타선을 꽁꽁 묶은 투수들도, 매섭게 방망이를 휘두른 타자들도 준우승을 이끈 원동력이었지만 물샐틈 없던 수비가 없었다면 준우승은 힘든 일이었다.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한국의 내야는 많은 우려를 낳았다. 대표팀의 단골 손님이었던 박진만(33. 삼성 라이온즈)이 부상으로 빠지고 박기혁(28. 롯데 자이언츠)이 들어가면서 특히 유격수 쪽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1라운드 첫 경기인 대만전에서 안정된 수비로 어느 정도 마음을 놓게 했던 박기혁은 시간이 지날수록 빈틈없는 수비를 펼쳐 박진만의 공백을 잊게 했다. 1루 수비가 다소 약하다는 평가를 들어왔던 김태균(27. 한화 이글스)은 이번 대회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이미 수비가 좋다는 평을 들었던 이범호(28. 한화)는 차분함으로 한국 내야에 안정감을 심어줬고, 정근우(28. SK 와이번스)와 ´2익수´ 고영민(25. 두산)이 번갈아가며 지킨 2루도 탄탄했다. 한국의 내야 수비가 더더욱 빛을 발했던 것은 2라운드 일본과의 승자전과 베네수엘라와의 준결승에서였다. 일본과의 2라운드 승자전에서 이범호와 김태균의 수비는 봉중근의 마음을 편하게 해줬다. 일본전에서 김태균은 1회 1사 후 1루수 옆을 스치는 안타성 타구를 잡아내는 등 여러번 안타성 타구를 안정감 있게 처리하며 일본 타선을 묶는데 일조했다. 이범호는 스즈키 이치로의 높게 바운드된 공을 안정감 있게 포구해 선행 주자를 아웃시키는 등 안정감있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준결승전에서는 실책으로 운 베네수엘라 덕에 한국의 탄탄한 수비가 더욱 빛났다. 베네수엘라는 바비 어브레유(LA 에인절스)가 평범한 우익수 플라이를 놓치는 결정적인 실책을 했고, 내야마저 부실한 모습을 보이며 스스로 자멸했다. 이날 베네수엘라가 기록한 실책은 이번 대회 최다인 5개였다. 베네수엘라가 실책을 남발하는 동안 한국은 철저한 수비로 점수를 잘 지켜냈다. 결승에서도 일본에 아쉽게 패했지만 한국의 수비는 여러 번의 위기를 넘기는데 도움이 됐다. 결승전에서 고영민이 실책을 하는 등 초반에 몇몇 아쉬운 장면이 나왔지만 탄탄한 수비는 쉽게 일본에 점수를 허용하지 않았다. 1-2로 끌려가던 7회초 추신수는 아오키 노리치카의 우측 펜스 쪽으로 떨어지는 깊숙한 타구를 잘 잡아 플라이로 처리했고, 이범호는 1사 1,3루에서 조지마 켄지의 타구를 잘 잡아 5-4-3 병살타로 매끄럽게 연결했다. 8회 2사 3루의 실점위기에서는 가타오카 야스유키가 친 까다로운 타구를 박기혁이 잘 잡아 정확한 송구로 잡아내며 더 이상의 실점을 막는데 일조했다. 3회 실책을 했던 고영민은 9회 호수비로 만회했다. 고영민은 9회 무사 2루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나카지마 히로유키가 친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잡으며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지난 1회 WBC에서 한국은 우익수로 나선 이진영이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처리하며 ´국민 우익수´로 떠오른 바 있다. 1회 대회 때도 수비의 탄탄함을 알렸던 한국은 이번에는 물샐 틈 없는 내야 수비로 한국 야구의 힘을 다시 한 번 전세계에 자랑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보여준 수비는 외신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한국의 경기를 지켜본 외신들은 ＂한국은 기본기에 충실한 야구를 선보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단기전에서 승부를 가를 수 있는 ´실책´이 적었던 한국의 준우승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런지도 모른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