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타수 무안타 1득점에서 29타수 10안타 3홈런 11타점으로. 대표팀 4번 타자 김태균(27. 한화)의 두 차례 WBC 출전 기록이다. 3년 전 김태균은 선배들 틈에 당당히 WBC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대표팀에서 그의 자리는 없었다. 이승엽(요미우리)과 최희섭(KIA)의 백업으로 선발됐던 김태균은 3경기에 출전해 1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실력도 이유였지만 쟁쟁한 선수들에게 가려져 출전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값진 경험을 쌓은 그는 2009년 두 번째 WBC에 나섰다. 초대 대회와는 달리 그의 입지는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지난 시즌 홈런왕으로 리그 최고 타자 반열에 오른 김태균은 추신수(클리블랜드)-이대호(롯데)와 함께 일찌감치 중심타선으로 낙점됐다. 기대는 걸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잘 해 줄 지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9경기를 치른 김태균은 10안타를 자신의 힘으로 만들어 냈다. 3홈런과 11타점은 쟁쟁한 메이저리거들을 제치고 그의 이름을 가장 높은 곳에 올려 놓았다. 영양가 역시 만점이었다. 김태균은 일본과의 아시아예선 승자전에서 1회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를 상대로 비거리 140m짜리 대형 2점 홈런을 뽑아냈다. 비록 한국이 2-14로 콜드게임 패 했지만 김태균의 한 방으로 자존심을 세울 수 있었다. 콜드게임패의 수모를 겪은 이틀 뒤 김태균은 일본과의 순위 결정전에서 결승 적시타로 팀에 아시아예선 1위 자리를 선물했다. 일본 배터리의 집중 견제를 뚫고 얻은 성과여서 더욱 값지게 다가왔다. 2라운드에서도 그의 물오른 타격감은 위력을 떨쳤다. 멕시코 전에서는 2-2로 맞선 상황에서 결승 솔로포를, 베네수엘라와의 4강전에서는 5-0으로 앞선 2회 쐐기 2점포를 터뜨리며 한국을 결승까지 이끌었다. 그와의 대결을 피하기 위해 포수가 일어나서 공을 받을 때면 어딘가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비록 마지막 결승전에서는 안타를 뽑아내지 못했지만 대회 내내 최고의 활약을 보인 김태균에게 관심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일본은 물론 야구 종주국 미국까지 2009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하는 김태균을 영입 리스트에 올려놓고 분주히 그의 기량을 체크하고 있다. WBC는 일본의 우승으로 모든 막을 내렸지만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김태균의 두 번째 야구 인생은 이제 시작됐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