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풍자연극4선]팍팍한삶씹으니…달콤한새희망이…

입력 2009-03-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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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연극이 현실의 희망을 말한다. 현실에 발목이 매인 청년 구직자들, 불경기로 한숨짓는 직장인·자영업자들! 연극 한 편으로 용기를 되찾자. 한 번의 관람이 평생의 감동이 될, 재미있는 세태 풍자 연극을 소개한다. ○그냥 웃자 ! ‘삼도봉 美스토리’ 연극 ‘삼도봉 미스토리’에는 참말로 미스터리한 사건이 발생한다.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가 맞닿은 삼도봉 미국산양곡창고에서 느닷없이 얼굴 없는 토막 시체가 발견된다. 현장에서 체포된 용의자는 수상한 농부 4인이다. 이들은 ‘대가리’, ‘대갈빼기’, ‘대그빡’만 사라진 게 웬일이냐며 무죄를 증명하고자 농촌의 일상과 자기들 속내를 보여준다. 갈필용은 아들이 전투경찰이지만 쌀 수입 반대 집회에 열심인 농민 운동가이며, 배일천은 여자의 꾐에 넘어가는 순진한 농촌노총각이다. 노상술은 집이 철거위기에 놓여 부인이 가출한 쓸쓸한 마을 이장이며, 김창출은 충청도 느린 말씨에 성격만은 다혈질로 급한 농부다. 인물들의 특이한 이름만큼 이 연극은 중의적인 말장난이 풍부해 폭소를 자아내는 코믹스릴러다. 무대 위로는 각지 사투리가 쉴 새 없이 쏟아지며 현실을 꼬집는다. 사회의 불안 속에서도 개인의 소소한 즐거움은 끊이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5월 31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02-766-6007, http://cafe.daum.net/playplay) ○귀신도 현실에 불만이다 ! ‘설공찬전’ 놓치면 손해다. 연극 ‘설공찬전’은 내용은 묵직하나 시종일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귀신 이야기다. 혼령이 남의 몸에 들어갔다 나왔다하며 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관객들을 폭소로 이끈다. 뼈가 있는 웃음이다. 이 작품의 원작은 조선시대 채수의 한글소설로 당대 인기를 얻은 대중적 이야기다. 왕명으로 불살라 없어진 필화사건을 겪은 문제작이기도 하다. 죽은 설공찬의 혼령이 살아있는 사촌동생 설공침에게 들어가 현실의 비틀어진 모습을 꾸짖는다. 아들의 관직을 얻으려고 감언이설과 돈으로 정계로비를 일삼는 아버지, 딸을 지체 높은 양반 집안에 시집보내려고 정숙한 연기를 시키는 어머니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채수의 설공찬전은 최초 한글소설 허균의 홍길동전과 비교해 ‘최초’ 논란을 겪는 소설이다. 연극 ‘설공찬전’은 흥미로운 고전을 만나는 재미 외에도 혼이 오가는 과정을 연기자들이 혼을 쏙 빼놓을 만큼 다채롭게 보여줘 재미있다. 4월 5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공연된다. (02-1544-1555) ○난 네 자유가 부러워! ‘아일랜드’ 연극 ‘아일랜드’는 1977년 윤호진 연출, 서인석 이승호의 출연으로 당시 큰 인기를 얻었고, 이후에도 이호재, 김갑수, 유정기, 정성화, 김경식 등의 배우가 거쳐 갔다. 이번에는 연극에 처음 도전한 뮤지컬계의 샛별 조정석, 양준모가 두 주인공으로 관객을 다시 찾았다. 연출은 임철형이 맡았다. 뮤지컬 ‘이블데드’ 연출과 ‘카페인’ 주연으로 최근까지 활발한 활동을 한 배우 겸 연출가다. ‘아일랜드’는 섬에 갇힌 남아프리카의 감옥수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 정의, 자유 등 추상적 주제를 다룬 작품이다. 소극장은 미래의 수용소로 변했고, 24시간 카메라의 감시를 받는 두 남자가 극 중 연극 ‘안티고네’를 연습하며 이상향을 꿈꾸게 된다. 둘은 결국 이글루 모양의 감방을 탈출하며 빨간 레이저까지 모조리 없앤다. 인간다운 삶이란 곧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라는 주제를 담은 이 작품은 할리우드 영화 ‘쇼생크 탈출’. ‘아일랜드’등을 재미있게 본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4월 5일까지 대학로 SM아트홀에서 공연된다. (02-764-8760) ○연극인들의 현실 소통 자구책, ‘누가 대한민국 20대를 구원할 것인가’ 지금의 20대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누가 20대를 구원할 것인가’는 ‘코믹-다큐-파노라마’라는 형식을 빌린 공연으로 물가인상, 비정규직, 촛불집회, 20대의 교육문제 등 사회의 여러 현상들을 대화를 통해 들려준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관객들이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다. 4월 4일, 10일 공연 후 8시 40분에는 김명화 연극평론가, 우석훈 경제학자, 대학학보사·연극 기자 등이 참가해 대담을 연다. 대한민국 20대와 40대가 만나는 자리를 통해 희망을 모색할 예정이다. ‘누가 대한민국 20대를 구원할 것인가’는 2008년 11월 시작한 작품으로,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에서 4월 1일부터 12일까지 다시 공연된다. 실험적이고 자유로운 발언을 작품에 담는 ‘혜화동 1번지 4기’가 준비한 공연으로, ‘2009 혜화동1번지 4기동인 페스티벌 마피아 게임을 하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02-3673-5580)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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