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초1년수입고작200만원…나이들어서도연기하는게소원
송강호, 설경구, 최민식의 뒤를 잇는 ‘대배우’로 성장 중인 정재영. 그가 새롭게 영화 ‘김씨 표류기’를 들고 14일 관객들을 찾는다.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해장해야 할 일이 많아진 거다”고 덧붙였다. 자장면의 느끼함보다는 짬뽕의 벌건 국물이 주는 얼큰하고 알싸함이 술로 뒤엉킨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게 더 좋다면서. 그래도 자장면은 여전히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로망이다”고 그는 말했다.
“아이들에게도 그런 게 있긴 있나보다. 더 맛있는 게 많을 것 같은데 말이다. 우리 둘째가 더 환장한다.”(웃음)
“특별한 날”엔 늘 자장면을 먹거나 먹어야 했고 또 먹고 싶었다. 많은 이에게 자장면은 그런 것이다. 요즘 아이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니. 그런데 왜 생뚱맞은 자장면 타령이냐고?
14일 개봉하는 주연 영화 ‘김씨표류기’(감독 이해준·제작 반짝반짝영화사) 속에서 자장면은 정재영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 그는 삶의 극단에 내몰려 자살을 기도하지만 어이없게도 한강의 외딴 섬 밤섬에 떨어진다. ‘어쩔 수 없이’ 살아가게 된 그의 희망을 되살려놓는데 ‘짜파게티’는 힘을 더한다. 그토록 싫어하던 자장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그는 말 그대로 한 알의 밀알이 주는 소중함을 품에 안고 조금씩 희망을 찾아나선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또 다른 외톨이 여자(정려원). 두 남녀는 제각각 고립된 공간에서 서로 소통하며 마침내 다가올 희망의 끈을 부여잡으려 한다.
○당신 인생의 자장면은 뭘까.
“기쁜 날, 특별한 날엔 항상 자장면을 먹었다. 졸업과 입학 등 뭔가 정리하고 새롭게 출발할 때 먹는 음식인 셈이다. 기쁨과 행복, 희망으로 연결된 게 아닐까.”
○힘겨운 나날도 있지 않았을까.
“대학을 나와 연기자로서 뭔가 해보려 할 때부터 결혼하고 나서까지 힘겨움이 이어졌다. 때려치우지 않고 어떻게 버텨왔는지 모르겠다. 1년 수입이 고작 200만원이 고작인 때였다. 하지만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희망이 없었다 하더라도 목표가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그런 걸 뛰어넘은 선배들도 많이
계시고.”
‘대배우’로 성장 중인 정재영.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목표란.
“연기만으로 생활할 수 있는 거였다. 2001년쯤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를 끝내고나니 조금씩 생활이 가능해진 것 같다. 이후 2003년께부터는 아끼면 내가 번 돈으로 살아갈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그럼 지금의 목표는 뭔가.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하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다만 몇 살까지 그럴 수 있을까가 문제다. 그래서 아내를 종용하고 있다. 공부를 계속 하든지, 부업을 하든지. 하하! 난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하며 산다. 0.00001mm라도 후퇴하지 않고 전진하는 게 목표다. 정말 꿈일 수도 있지만 그저 열심히 하다보면 자연스레 되지 않을까?”
정재영은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DVD를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보관하고 있다. 그것 역시 자신의 목표와 꿈을 되새기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그런 힘의 바탕에는 ‘자장면의 로망’을 아는 자신의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에게 내가 남겨줄 것, 이뤄놓은 것은 그것 밖에 없다”면서 정말 훨씬 나이가 들더라도 연기를 계속 할 수 있게 된다면 그건 행운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리고 남들처럼 그에게도 ‘자장면=희망’은 가족이다.
“몇 번 아파보니까 정말 건강이 중요하더라. 우리 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아파봤다고?
“2001년쯤 원인불명의 고열로 한 달 동안 입원치료를 받았다. 정말 나약해지더라. 2007년에도 재발해 입원하기도 했다. 당시 몸이 낫기만 하면 뭐든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
○스트레스 때문일까.
“알 수 없다. 작품을 할 때마다 불안감이 없지 않지만 어쩌겠나. 최선을 다하는 방법 밖에 없다.”
이제 40대에 접어든 만큼 그런 최선의 생활 속에서 부쩍 책임감을 느낀다는 정재영. 페이소스 가득한 ‘김씨표류기’ 속 캐릭터처럼 정재영은 어느 순간 다가온 삶과 일의 열정을 언제까지라도 놓고 싶지 않은 듯 보였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