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격위기’김하늘“오늘은공9개가져왔죠”

입력 2009-05-31 17:3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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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늘. 사진제공|KLPGA

“오늘은 공 많이 가져왔어요.”

경기 중 준비했던 공이 다 떨어져 실격 위기에 처했다가 갤러리의 도움으로 간신히 경기를 마쳤던 김하늘(21·코오롱엘로드)이 예선통과로 보답했다.

김하늘은 지난 29일 용인 레이크사이드 골프장에서 열린 KLPGA 투어 힐스테이트서경오픈 1라운드 16번홀에서 가져 온 골프볼 4개를 모두 잃어버리는 바람에 더 이상 경기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우승 후보로 지목됐던 김하늘에게는 황당한 일이었다.

급한 마음에 동료와 앞 팀 선수들에게 구원을 요청했지만 같은 제품을 쓰는 선수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던 김하늘은 때마침 경기를 관전하던 갤러리가 같은 제품의 공을 갖고 있어 도움을 받았다.

다 헐어서 커버가 벗겨진 공이었지만 그것만으로 감지덕지했다.

선수가 사용하던 볼이 아닌 다른 공으로 교체해 플레이할 경우 홀당 2벌타를 받고, 3홀 이상 플레이하면 실격된다.

7오버파 79타를 하위권으로 경기를 마친 김하늘은 다음날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2타를 줄이면서 5오버파 149타 공동 56위로 3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하루 사이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29일 대회 최종 3라운드에서 만난 김하늘의 부친 김종현(46) 씨는 “오늘은 공을 9개나 준비했으니 별일은 없을 것”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갤러리 도움이 없었으면 큰일 날 뻔 했죠. 고마운 마음에 다음날 볼 한 박스를 선물해 드렸어요.”

김하늘은 이날도 9번홀에서 티샷이 OB 구역으로 떨어져 공을 잃어버렸지만 1라운드처럼 악몽에 시달리지는 않았다. 공을 넉넉하게 준비해온 덕인지 이후 평정심을 되찾으며 2오버파 74타로 마무리했다. 평소보다 두 배나 많은 공을 준비해 가방은 무거워졌지만 김하늘의 마음은 한결 가벼웠다고.

용인|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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