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은 새 앨범 발표 직전 ‘에이바 재단’을 설립했다. 연예활동을 위해 기획사와 계약을 맺듯, 그녀의 재단을 설립한 것은 기부를 위해 사회와 맺은 계약이라고 말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한땐폭탄주20잔이젠한잔에휘청…”
“안녕하세요∼.” 배우 전도연이 그렇듯, 그녀의 목소리는 높은 성조에 웃음이 섞여 있다. 늘 느끼는 놀라움이지만 이정현의 얼굴은 세월이 느껴지지 않는 ‘동안’이다. 그녀는 기분이 좋아보였다. 음반 준비로 “몇 달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자 피곤하다”면서도, 잠을 줄여가며 공들여 준비한 무대를 보여줄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최근 미니앨범 ‘에바홀릭’을 발표하고 3년 만에 가수로 돌아온 이정현을 서울 남산 소월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와인과 치즈가 놓인 탁자를 내려다보며 “차에서 잠시 잤다”며 웃었다.- 살이 조금 빠진 것 같다.
“세 달 간 잠을 하루에 서너 시간 밖에 못 잤더니 3kg 정도가 줄었다.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 와인은 자주 마시나.
“가끔 마시는데, 몇 년 전부터 술을 마시지 않는다.”
- 술이 세다고 알고 있는데, 왜 끊었나.
“나이가 드니 좀 힘들더라. 살만 찌고. 살이 쪄도 엉뚱한 곳에 찐다.”
그녀에 따르면 대학 1학년 때 선배 연기자 강수연으로부터 폭탄주로 술을 배웠다고 했다. 어린 나이에 아무것도 모르고 주는 대로 그냥 마셨지만, 폭탄주를 20잔 넘게 마셔도 토하지도 않고 끄떡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2년 반 전부터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고, 지금은 맥주 한 잔에 얼굴이 빨개진다고 했다.
- 오랜만에 가수로 복귀한 소감은.
“먼저, 후배들이 대기실로 찾아와 인사하는 것에 놀랐다. 한편으로 (나이 들었단 생각에)슬프고…. 아무튼 오랜만에 방송하니까 너무 재미있다. 첫 방송 때 객석에 동료 가수들도 많이 와서 보는데, 긴장 많이 됐다. 2AM 친구들은 출연도 없는데 인사하러 와서 깜짝 놀랐다. 뿌듯하고,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올해로 가수 데뷔 10년이다.
“점점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경쟁의식이 좀 없어졌다. 예전엔 같은 또래(연차)가 1위하는 것을 보면 라이벌로 생각되고 예민한 감정이 생겼다. 이젠 그런 게 전혀 없다. (손)담비 너무 예쁘다. 소녀시대를 보면 떨리고, 2PM도 설레고…. 이런 것들이 마음의 여유가 많이 생겼다는 증거다.
- 요즘 눈에 들어오는 후배는.
“소녀시대 너무 좋아하고 슈퍼주니어도 좋고, 2PM도 좋고, 요즘 아이들 그룹 너무 좋다. 요즘 아이들 가수들이 더 멋있다. 키도 크고 실력도 있고, 라이브도 잘하고.”
- 나이 들었다고 느낄 때가 있나.
“술자리 가기가 싫어질 때, 빨리 들어가서 잠자고 싶어질 때다. 옛날엔 자다가도 누가 ‘술 마시자’하면 바로 나갔다. 아침까지 술 마시고, 바로 미용실 가고 방송 가고 했는데 이젠 절대 그러지 못한다.”
- 컴백준비하면서 돈을 많이 들인 것으로 안다. 유명 안무가에 A급 모델들….
“5억원은 넘게 썼다. 그나마 많이 줄인 것이다. 제 값을 다 지불했으면,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엑스트라도 100명이 넘었는데, 거의 A급 모델들이다. 특히 브라이언 프리드먼은 자기가 가수를 골라서 작업하는 안무가다. 처음엔 날 선택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 자기 회사 차리고 큰 돈 들였다. 마치 마지막 승부수처럼.
“그런 건 아니다. 너무 하고 싶은 게 많았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이 돼서 이번에 폭발해버렸다.”
- 그동안 돈은 많이 벌었나.
“함부로 안쓰고 잘 모았다. 부모님께 좋은 집도 사드리고, (용돈도) 넉넉히 드렸다. 난 모든 게 준비돼 있는 여자다.(웃음) 음식도 잘한다.(웃음)”
- 가수가 좀 잘 된다고 해서 자기 회사 차리면 잘 안되는 징크스가 있다.
“잘 안되면 그때 가서 접어야지. 하지만 잘 안된다는 생각 안한다. 어려워지면 행사 많이 해서 메워야지. 하하.”
- 음악이고 패션이고, 우리나라는 유행이 너무 빠르다.
“나는 유행을 따라가지 않는다. 그래서 잘 되거나 폭삭 망하거나 둘 중에 하나일 것이다. 돌아와 보니 대중이 내 이름 불러주고 관심 가져 주니까 너무 만족한다.”
-가수로서는 정상에 올랐지만, 연기자로서는 좀 부족했다.
“내년 상반기에 들어갈 정말 좋은 영화가 있다. 지금까지는 연기 복은 없었던 것 같다. 내년에는 연기 복이 들어올 것 같다. ‘꽃잎’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항상 그런 정도의 작품을 기대하시는데, 나도 어린 나이에 가수했다가 연기자 했다가 너무 혼란스러웠다.”
- 곡마다 다른 콘셉트, 힘든 작업이었겠다.
“‘크레이지’, ‘보그 잇 걸’을 보고 똑같은 사람이냐고 묻는다. 대중의 눈을 집중하게 만들고 싶다. 다들 똑같은 콘셉트이면 얼마나 대중이 심심하겠나. 신선한 무대로, 늘 새로운 걸 원하는 대중의 심리를 만족시켜주고 싶었다.”
- 발라드로 반전을 노리는 댄스가수들이 많았는데.
“작곡가분들이 발라드를 많이 주시더라. 이번 앨범에 넣을까 했는데 시간이 없었다. 정규앨범에 넣을 생각이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