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차리는사람들]‘현장르포동행’박수진PD

입력 2009-06-12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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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지만 ‘희망’을 품은 사람들의 감동스토리가 있는 KBS 1TV ‘현장르포 동행’의 한 장면. 사진제공|타임 프로덕션

가난한이웃들이야기생생전달, 36.5도의삶…첫방뒤엉엉울었죠
“가난한 사람들의 희망을 얘기합니다.”

매주 목요일 밤 11시 30분, 삶이 한없이 고된 사람들이 TV 속에 등장한다. 찜질방, 고시원 등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사람들, 야간아르바이트는 말할 것도 없고 2∼3가지의 일을 하지만 경제적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들….

KBS 1TV ‘현장르포 동행’(이하 ‘동행’)은 바로 한국 빈곤층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힘든 현실을 고발하고 그 문제점을 진단하는 탐사 저널리즘 프로그램은 아니다. ‘동행’에는 가난하지만 꼭 ‘희망’을 품은 이들의 감동스토리가 있다.

‘타임 프로덕션’의 박수진 PD. 그가 없었다면 시청자들은 매주 ‘동행’을 보며 가슴 싸한 감동을 못느꼈을지도 모른다. 박수진 PD는 2007년 이 프로그램을 처음 기획한 주인공이다. 그는 2007년 KBS 가을 방송 개편 때 ‘으라차차 1%%’라는 제목의 다큐 기획안을 출품해 우수상을 받았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시선이 동정에서 멸시로 변한다”는 것에 대한 우려에서 출발해 “가난한 사람들의 호감도를 높이고 싶다”는 게 박 PD 애초 목표였다.

편성이 확정된 후, 그는 같은 제작사의 PD 6명과 AD 3명, 작가· 자료조사 스태프 9명과 함께 나섰다. 제목은 ‘현장르포 동행’으로 바뀌었고, 2007년 11월 8일 방송을 시작했다. 현재 ‘동행’은 평균 6∼10%%의 꾸준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는 9월 3일 열리는 제 36회 한국방송대상 시상식 작품상 후보로 올라가 있다.

박 PD는 첫 방송 뒤 바로 시청자 반응을 보고 “우리사회가 아직 살 만하구나” 느끼며, “혼자서 많이 울었다”고 한다. 자선 모금 프로그램이 아니지만 방송이 나간 다음 날에는 돕고 싶다는 시청자들의 요청이 쏟아진다. 인터넷 게시판의 후원계좌도 이런 시청자들의 건의로 생겨났다. 심지어 과거에 방송된 내용을 케이블TV 채널에서 보고 그들을 돕고 싶다고 상담을 해올 정도다.

‘동행’은 프로그램에 나왔던 사람들끼리도 돕는다. 세탁기가 고장 난 장면이 방송되면, 세탁기 5∼6대가 시청자의 기부로 들어온다. 그러면 출연자는 1대만 갖고, 나머지는 다른 때 출연했던 사람들에게 양보한다. 매달 몇 만 원씩 다른 회 차 출연진을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이도 있다.

프로그램이 많이 알려지면서 사회복지재단, 교회, 동사무소 등에서 적극적으로 사전 취재를 하고 출연자를 섭외하는 등 제작을 돕는 지원자까지 많아졌다.

물론 이런 아직 온기를 잃지 않은 우리 사회의 건강함에 고마워하면서 내심 걱정이 없는 것도 아니다. 박 PD는 “행여 이 프로그램으로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이 생길까” 우려도 했다. 실제로 프로그램에 나오면 적지않은 금전적 도움을 받다 보니 사연을 꾸민 이도 있었다. 박 PD는 “심각하게 프로그램의 존폐 문제와 연결된 사안”이라며 “가난하면서 진실 어린 사람들을 섭외하는 게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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