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든이 되신 장모님께서 3년 만에 서울로 올라오셨습니다. 허리는 굽으셨고, 무릎은 퇴행성관절염으로 한 걸음 내딛기도 힘들어하시면서, 자식이 뭔지. 막내아들이 보고 싶으시다며, 기차 타고 올라오셨더라고요. 그래서 맏사위인 저희 집으로 안 오시고 막내 처남 집으로 가셨습니다. 그런데 한 일주일 계시는 것 같더니 제 아내한테 전화해서, “빨리 데리러 와라. 안 그러면 나 당장 시골로 내려간다” 하셨다더군요.
저와 제 아내는 부리나케 처남 집으로 갔고, 그 날 당장 저녁부터 저희 집으로 모셔와 주무시게 해드렸습니다. 그리고 왜 그러셨냐고, 무슨 일 있으셨냐고 계속 여쭤봤는데, 끝까지 말씀을 안 하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장모님∼ 저희 집은 안 불편하세요?” 하고 여쭤봤더니 “자네가 퇴근해서 잘 때까지 말동무 해주고, 재밌는 얘기도 해주는데 불편하긴∼ 오히려 좋기만 하지∼” 하시더라고요.
그제서야 어렴풋이 저희 장모님의 불만을 알 것 같았습니다.
저희 장모님은 큰 거 바라는 거 없이 옆에서 잠깐 말동무 해드리면, 그걸 가장 행복해하고 좋아하십니다. 그런데 저희 막내 처남은 입에서 냄새가 날 정도로 말을 안 하는 사람이거든요. 거기다 처남댁도 싹싹한 성격이 아니라서, 아마도 어머님께서 많이 답답하셨던 것 같았습니다. 그에 비해, 제 아내는 잔정이 많아서 맞벌이하느라 바쁜데도, 밤에 퇴근하면 뜨거운 물수건으로 장모님 무릎 마사지도 해드리고, 주무실 때 신으시라고 수면 양말도 사다 드리고, 몇 해 전에는 미용실 모시고 가서 쪽진 머리를 과감하게 자르기도 했습니다.
제가 부모를 일찍 여의어서 그런지 몰라도 장모님 뵈면 더 잘해드리고 싶고, 더 편안하게 해드리고 싶거든요.그래서 아주 가끔씩 처남이나 처제들이 장모님께 잘 못 하면 그게 속상하고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어쨌든 장모님 모시고 온 날, 제가 마음 풀어드리려고 장모님 제일 좋아하시는 닭볶음탕도 만들고, 장모님 한 잔 저 한 잔 소주도 나누었더니, 장모님께서 이미자씨의 ‘여자의 일생’을 한 곡 뽑아내시더군요.
그 날 참 기분 좋게 마셨습니다. 장모님 시골 내려가실 때, 서울역으로 배웅해드리러 갔는데, 기차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습니다. 그래서 근처 커피숍에서 차 한잔 시켜놓고 이런저런 얘기 나누는데, 제 손을 잡고 그러시더군요.
“ 고마워. 우리 맏사위가 제일 고마워”
제가 장모님 딸 데리고 와 고생만 시키는 거 아시면서, 그렇게 말씀해주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오히려 착한 딸 제게 보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보약보다 더 좋은 웃음을 제게 주고 가신 저희 장모님. 장모님이 주신 이 행복을 오래오래 기억하겠습니다. 제게는 정말 친어머니 같은 존재십니다. 장모님, 오래 오래 건강하세요.
서울 중구|이호만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저와 제 아내는 부리나케 처남 집으로 갔고, 그 날 당장 저녁부터 저희 집으로 모셔와 주무시게 해드렸습니다. 그리고 왜 그러셨냐고, 무슨 일 있으셨냐고 계속 여쭤봤는데, 끝까지 말씀을 안 하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장모님∼ 저희 집은 안 불편하세요?” 하고 여쭤봤더니 “자네가 퇴근해서 잘 때까지 말동무 해주고, 재밌는 얘기도 해주는데 불편하긴∼ 오히려 좋기만 하지∼” 하시더라고요.
그제서야 어렴풋이 저희 장모님의 불만을 알 것 같았습니다.
저희 장모님은 큰 거 바라는 거 없이 옆에서 잠깐 말동무 해드리면, 그걸 가장 행복해하고 좋아하십니다. 그런데 저희 막내 처남은 입에서 냄새가 날 정도로 말을 안 하는 사람이거든요. 거기다 처남댁도 싹싹한 성격이 아니라서, 아마도 어머님께서 많이 답답하셨던 것 같았습니다. 그에 비해, 제 아내는 잔정이 많아서 맞벌이하느라 바쁜데도, 밤에 퇴근하면 뜨거운 물수건으로 장모님 무릎 마사지도 해드리고, 주무실 때 신으시라고 수면 양말도 사다 드리고, 몇 해 전에는 미용실 모시고 가서 쪽진 머리를 과감하게 자르기도 했습니다.
제가 부모를 일찍 여의어서 그런지 몰라도 장모님 뵈면 더 잘해드리고 싶고, 더 편안하게 해드리고 싶거든요.그래서 아주 가끔씩 처남이나 처제들이 장모님께 잘 못 하면 그게 속상하고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어쨌든 장모님 모시고 온 날, 제가 마음 풀어드리려고 장모님 제일 좋아하시는 닭볶음탕도 만들고, 장모님 한 잔 저 한 잔 소주도 나누었더니, 장모님께서 이미자씨의 ‘여자의 일생’을 한 곡 뽑아내시더군요.
그 날 참 기분 좋게 마셨습니다. 장모님 시골 내려가실 때, 서울역으로 배웅해드리러 갔는데, 기차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습니다. 그래서 근처 커피숍에서 차 한잔 시켜놓고 이런저런 얘기 나누는데, 제 손을 잡고 그러시더군요.
“ 고마워. 우리 맏사위가 제일 고마워”
제가 장모님 딸 데리고 와 고생만 시키는 거 아시면서, 그렇게 말씀해주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오히려 착한 딸 제게 보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보약보다 더 좋은 웃음을 제게 주고 가신 저희 장모님. 장모님이 주신 이 행복을 오래오래 기억하겠습니다. 제게는 정말 친어머니 같은 존재십니다. 장모님, 오래 오래 건강하세요.
서울 중구|이호만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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