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의리버스토크]‘희희낙락’코미디돌아온남희석

입력 2009-08-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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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희석. [스포츠동아DB]

인기 부침이 심하고 경쟁이 치열한 연예계에서 10년 이상 정상에서 버틴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재능도 있어야 하고, 노력도 열심히 하는 것은 기본.

하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연예인에게는 트렌드를 미리 감지하는 예민한 ‘후각’을 바탕으로 해선 안 될 일과 해야 할 일을 구분하는 ‘현실감각’이 필수적이다. 이른바 ‘롱런’하는 스타들을 보면 작품이나 CF 선택, 소속사 결정에 이르기까지 그렇지 못한 연예인과는 비교되는 탁월한 ‘감’을 갖고 있다.

남희석(사진), 91년 데뷔해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세월 동안 활동하며 적지 않은 부침을 겪었지만 여전히 정상을 지키는 개그맨 겸 방송인이다. 스타로 장수했다는 점에서 그에게도 앞에서 언급한 비범한 ‘현실감각’이 있다.

그런데 요즘 남희석의 행보는 그런 남다른 ‘감’과는 거리가 멀다. 얼마 전 그는 안정된 수입과 인기를 보장하는 아침 프로그램 진행 대신 코미디 프로그램 ‘코미디쇼 희희낙락’을 선택했다. 그리고 자신의 경력에서 보면 새카만 후배들과 함께 매주 업치락 뒤치락하는 코미디를 펼치고 있다. 프로필에 개그맨이라 나와 있으니 코미디에 출연하는 게 문제될 것은 전혀 없다. 하지만 어디 현실이 그러한가. 90년대 초반 비슷한 시기에 데뷔했던 동료들은 물론 그 뒤를 이은 후배들까지 이른바 인기 짱짱한 개그맨 출신 톱스타 중에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나 생각해 보라. 거의 없다. 대부분 ‘예능의 대세’라는 버라이어티쇼나 토크쇼 프로그램에서 순발력과 입담을 자랑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저었다. 심지어 19년 전 신인이던 그를 취재한 이래 지금까지 친분을 쌓은 기자 역시 “무슨 배짱으로 그러냐”고 말렸다. 하지만 남희석은 완강했다. “지금이 아니면 못한다”며, 또 “왜 개그맨을 택했는지 데뷔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 서야 할 자리는 거기”라고 고집을 부렸다.

확실히 그는 무모했다. 인기의 달콤함과 경제적인 풍족함을 맛본 스타라면 해서는 안될 선택을 했다. 하지만 지금 남희석은 행복해 한다. 세상흐름에 눈치 빠르게 따르고, 대중의 기호에 맞추는 대신 코미디를 삶의 목표로 정했을 때 초심을 지켰기 때문이다. 요즘 ‘코미디 희희낙락’은 시청률이 꾸준하다. 아직 그의 선택에 대한 결과를 논하기는 이르지만 남희석이 보여주는 꽁트 코미디에 대한 반응도 꽤 좋다.

생각해 보면 예전부터 세상의 변화와 발전을 가져온 것은 영악스런 현실 대처보다는 무모하고 우직해 보이는 도전이었다. 금요일 밤 TV에서 남희석의 모습을 보며 새삼 잊고 살았던 세상의 원칙을 떠올려 본다. <엔터테인먼트부 부장>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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