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나는도다’이선호“촬영장안팎서해결사로통하죠”

입력 2009-08-14 09: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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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출을 전공한 이선호. 메가폰을 드는 대신 카메라 앞에 서기로 결정한 뒤 드라마와 연극 무대를 오가는 그는 “사람냄새 나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 고 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연기자 이선호는 드라마 촬영장에서 ‘맥가이버’로 통했다. MBC 주말드라마 ‘탐나는도다’ 촬영지였던 제주도에서 4개월 동안 살면서 현장에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면 이선호(28)는 곧바로 팔을 걷었다.

호텔에서 생활했지만 때때로 간단한 식사를 직접 만들 정도로 손재주와 요리 솜씨도 남달랐다. 그래서 현장 스태프들이 붙여준 별명이 바로 맥가이버다.

이선호는 조선시대 제주도가 배경인 퓨전사극 ‘탐나는도다’(극본 이재윤·연출 윤상호)로 매주 주말 저녁마다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이국적인 얼굴에 탄탄한 근육으로 다져진 몸으로 첫 눈에 시선을 끄는 그는 촬영장에서 얻은 별명처럼 극에서도 해결사를 맡았다. 갈등을 일으키지만 곧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일본인 ‘얀 가와무라’가 그가 맡은 역할이다.

“사극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캐릭터에요. 조선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란 네덜란드 상인이에요. 다국적 인간이죠.”

때문에 이선호의 대사 중 80%%는 영어와 일어.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와 영어는 자신 있지만 일어는 생소해 일본인을 통해 자연스러운 발음을 배웠다. 과외 덕분에 이선호는 드라마에서 일본 고어(古語)까지 소화한다. “상투를 쓰지 않고 여러 나라 말을 하고 국적 불명의 의상을 입는 얀은 그동안 사극에서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인물이에요. 그만큼 ‘탐나는도다’를 대표하는 캐릭터라고 볼 수 있죠.”

자신의 역할과 드라마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이선호는 연기 욕심도 상당하다.

올 초 3개월 동안 연극 ‘나쁜 자석’으로 대학로 소극장에 올랐을 정도. 드라마 ‘눈의 여왕’과 ‘정조암살 미스터리 8일’ 등을 통해 연기 경력을 쌓았지만 뒤늦게 맛 본 연극의 맛은 새로웠다. “미리 짜놓지 않고 그 때의 감정을 바로 드러낼 수 있는 게 연극의 진짜 매력이에요. 연기하는 자신을 새롭게 발견할 수도 있죠. 연극은 1년에 한 편씩은 반드시 소화하고 싶어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출을 전공한 그는 메가폰을 잡는 대신 카메라 앞에 서기로 결정한 뒤부터 “고민은 끝이 없이 이어진다”고 털어놓았다.

연극에 이어 드라마까지 올해 들어 왕성한 연기활동을 벌이고 있는데도 성에 차지 않는 듯 “뒤에 낭떠러지가 있다는 생각으로 배수진을 쳤다”고도 말했다.

연기에서는 자못 진지하지만 여가를 즐길 때는 술과 운동, 요리를 좋아하는 자유분방한 20대 남자다.

그가 자주 찾는 곳은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과 이태원이다.

“클럽보다는 음악이 나오는 펍에서 춤추는 게 좋다”는 이선호는 ‘탐나는도다’에 함께 출연 중인 영국인 연기자 황찬빈과 말이 잘 통하는 ‘술친구’ 사이다.

“사람 냄새 나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시청자까지 함께 아파할 수 있는 역할, 어디 없나요? 하하.”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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