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은의벤치스토리]‘주전포수’용덕한,준비됐나요?

입력 2009-08-15 07: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쓸 만한 포수가 없다”는 한탄. 올 시즌만 해도 수십 차례 들려왔다. 그 때마다 각 팀의 포수 유망주들은 속이 따끔거린다. ‘난 좋은 자원이 못 되는구나’ 자책하며 위축되거나 ‘그렇다면 내가 뭔가 보여 주겠다’ 오기를 품거나. 두산 백업포수 용덕한(28·사진)은 후자다.

내야수였던 용덕한이 투수가 던지는 공을 받기 시작한 건 동아대 진학 직후다. 이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포지션이라서? 물론 아니다. 학창 시절 팀에 포수가 없을 때마다 잠깐씩 마스크를 써보긴 했지만, ‘내 길이다’ 싶었던 적은 없다. “어쩌다 포수로 앉아보면 무지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주변에서 자꾸 ‘자질이 있다’고 해서….” 그 ‘자질’은 결국 절박한 상황의 타개책이 됐다. 대구상고를 졸업하면서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한 그는 경쟁자가 단 한 명이라도 적은 포지션으로 옮겨보라는 충고를 들었다. 그게 포수였다. “그 이후 한 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어요. 별다른 고비도 없었고요. 결국 저도 이렇게 프로 선수가 됐잖아요.”

○‘좋은 포수’가 되기 위한 발걸음

프로에서의 첫 3년. 늘 홍성흔이라는 붙박이 안방마님의 그늘에 가렸다. 지난해까지 2년 간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왔더니, 이번엔 주전 최승환·백업 채상병까지 포수만 네 명이었다. 시즌 초반 그가 2군에 머물렀던 건, 어쩌면 예견됐던 일이다. 하지만 그는 “진심으로 다행”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곧바로 1군에 올라왔다면 우왕좌왕하다 다시는 기회를 못 잡았을 지도 몰라요. 그 때 2군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한 덕분에 지금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게 전화위복 맞죠?”

조급해 할 줄도 모른다. 여전히 ‘백업’이라고 자신의 역할을 정의하면서도, 가끔 선발 출장하는 올 시즌을 “인생 최고의 기회”라고 여긴다. 그가 ‘주전’이라는 소박한 목표를 이루기까지 목표로 잡은 시간, 2년. 그 정점을 향해 차근차근 걸음을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1시간 일찍 야구장에 출근하고, 김태형 배터리코치와 김광림 타격코치에게 질문 공세를 퍼붓는 이유 역시 다르지 않다.

용덕한에게는 아직 매 경기가 시험 무대다. 한 타석, 한 이닝이 절박하다. 그러나 절대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좋은 플레이를 한 다음 날이면 오히려 더 말이 없어진다. 대신 눈을 더 크게 뜨고 집중한다. 그게 용덕한이 프로라는 정글을 헤쳐 나가는 방법이다. 소리 없이, 천천히, 묵묵히, 그렇게 한 발짝씩 전진하는 것.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