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천수호위D-2]만화전문가박석환이본‘창천수호위’

입력 2009-08-21 16:4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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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천수호위

대망의 새 연재만화 ‘창천수호위’가 24일부터 스포츠동아를 통해 독자 여러분을 찾아간다. 한국 만화계의 거인 이현세 화백의 신작 창천수호위는 우리나라 만화사에 큰 획을 그을 대작으로, 가까운 미래의 통일한국을 배경으로 한 미래무협 수사극이다.

스포츠동아는 창천수호위의 연재에 앞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만화평론가 박석환(36) 씨의 논평과 함께 창천수호위에 대한 감상의 폭을 넓혀 줄 국내외 다른 만화 애니매이션 작품들을 소개한다.

<만화평론가 박석환이 본 이현세, 그리고 창천수호위>

1990년대 한국 만화계의 거인으로 군림했던 이현세는 ‘천국의 신화’가 검찰과 마찰을 빚으면서 작품적으로 다운이 되는 시기를 맞았다.

하지만 최근 이현세가 다시 움직이고 있다. 한 번 몸을 일으키니 ‘과연 이현세다’ 싶다. 나는 그를 ‘호랑이의 눈을 가진 사나이’라 부른다. 용맹하고, 야성적인 이현세.

한 마디로 그는 ‘쪽 팔린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진짜 남자다.

이현세의 최근 작품 경향을 보면 크게 3분할을 할 수 있다.

골프만화 ‘버디’는 성인이 된 자신의 독자들을 위한 작품이다. ‘한국사 바로보기’는 학부모가 된 독자의 자녀를 위한 작품이다.

그렇다면 창천수호위는? 진정한 이현세의 귀환을 알리는 작품이다. 이것이 진짜 이현세의 만화다. 개인적으로 창천수호위야말로 가장 이현세다운 작품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마치 “나는 나다”라고 선언하는 듯하다.

이현세 작품의 코드는 열정적인 사나이의 삶이다. 사회와 조직으로부터 인정을 받지는 못하지만, 주어진 사명을 수행해 내는 영웅의 일대기이다.

‘공포의 외인구단’ 성공 이후 ‘이현세의 만화는 너무 남성 위주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를 의식했는지 이현세는 ‘블루엔젤’, ‘며느리밥풀꽃에 대한 보고서’ 등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을 잇달아 내놨다.

그러나 이현세 작품의 본질은 결국 야성의 남자, 일도 사랑도 미치도록 하는 미친 사나이의 이야기에 놓여있다.

창천수호위에서 이현세는 본연의 자리로 돌아온다. 이현세 특유의 광폭한 사랑, 과장된 영웅의 감성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2000년대 들어서며 서서히 거세됐던 이현세류의 과잉된 판타지가 창천수호위에서 다시 한 번 모습을 드러낸다.

이현세의 작품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주요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이현세의 또 다른 모습이라 할 까치 오혜성을 비롯해, 백두산, 배도협, 엄지 등 전형적인 이현세 인물의 특성이 창천수호위에서도 담겨있다.

분명한 것은 이현세가 창천수호위를 통해 자신이 80년대, 90년대의 작가가 아닌 21세기에 야성을 부르짖는 현재의 작가임을 선언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후배 작가군이 존재하지만, 여전히 이현세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그와 맞설 자는 보이지 않는다. 이는 이현세 본인으로서도 부담일지 모른다. 디펜딩 챔피언은 언제나 고독한 법이니까.

영웅의 귀환. 야성의 본능을 되찾은 이현세라는 거인의 신작이 마냥 기쁠 뿐이다. 한국만화계의 최대 고민은 ‘킬러 콘텐츠’의 부재다.

창천수호위의 스토리작가 최성현의 말처럼 창천수호위가 한국만화계의 진정한 ‘킬’이 되기를 기대한다.

<창천수호위의 이해를 돕는 국내외 작품들>

○카우보이비밥


일본 애니메이션
1988년 제작
제작사 선라이즈
감독: 와타나베 신이치로

2071년을 배경으로 우주의 바다에서 현상 수배범을 쫓는 미래 카우보이들의 모험을 그린 애니메이션.

일본 애니메이션 설문조사에서 1998년 최고의 작품으로 꼽혔다.

TV용 애니메이션이 방영된 이후 극장판 ‘천국의 문’이 상영됐고, 만화와 비디오게임으로도 출시됐다. 카우보이비밥에서는 음악도 빼놓을 수 없다.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재즈풍의 독특한 음악은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음악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스파이크, 제트 블랙, 페이 등 등장인물들은 나름대로의 과거를 지닌 인물들이다. TV판 마지막 회에서, 죽으러 가는 자신을 말리는 페이에게 스파이크가 남긴 명대사가 유명하다.

“이 눈을 봐. 사고로 없어져 만들어 넣었지. 그때부터 나는 한쪽 눈으로는 과거를, 다른 한쪽으로는 현재를 봐. 눈에 보이는 것만이 현실은 아냐. 그렇게 생각했지. 깨어나지지 않는 꿈을 보려 했어. 하지만 어느 새부터인가 깨어져 버린 거야.”

○애니 메트릭스

영화 매트릭스 3부작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된 애니메이션 버전 매트릭스
2003년 제작
감독: 카와지리 요시아키

영화 매트릭스의 감독 와쇼스키 형제와 한국, 일본, 미국의 애니메이션 명장들이 3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제작한 프로젝트 작품.

모두 9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영화 속 매트릭스의 개념은 애니메이션에서 아직 가능성을 탐구 중인 ‘공유된 세상’으로 등장한다. 영화를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보아야 할 작품이다.
매트릭스 시리즈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프랭크 밀러의 그래픽노블

프랭크 밀러는 ‘필름 느와르 만화의 창시자’로 불린다. 마치 판화, 일러스트레이션, 그래픽을 보는 듯한 컷, 어둡고 무거운 배경, 철학적이기까지 한 대사가 프랭크 밀러 작품을 대표한다. ‘그래픽 노블’의 대가이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세계적으로 대 히트를 친 ‘300’, ‘씬시티’, ‘데어데블’ 등이 대표작이다.
창천수호위의 독특한 컷 연결과 거친 듯 하면서도 디테일한 작화, 암울한 근미래의 배경 설정, 등장인물의 하드보일드한 액션과 냉소적인 대사에서 프랭크 밀러의 음영이 느껴지기도 한다.

○킬빌

영화
2003년
감독: Q. 타란티노

우마 서먼이 여자 킬러로 등장하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대표작. 1편이 일본 사무라이풍이라면 2편에서는 홍콩 무협영화의 분위기를 차용했다.

청부살인조직 데들리 바이퍼스의 최고요원이었던 ‘더 브라이드(우마 서먼)’는 평범한 남자와 결혼해 평범한 삶을 살아가려 하나 조직은 그녀를 그냥 놔두지 않는다. 신랑과 하객이 무참히 살해되고, 뱃속의 아이도 죽어버린 데다 그녀 자신도 머리에 총을 맞고 4년간 혼수상태에 빠져 버렸다.

분노한 여성킬러 ‘더 브라이드’의 처절한 복수극이 영화의 기본 줄거리다. 무협영화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복고풍의 결투 장면들이 주요 볼거리다. 킬빌2 우마 서먼과 다릴 한나의 격투장면이 2005년 MTV무비어워즈에서 최고의 격투상을 받았다.

○간츠(GANTS)

일본 만화작품
저자 : 오쿠 히로야
2000년 만화잡지 ‘주간 영 점프’ 연재 시작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만화. 한 차례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이 검은 구체의 방으로 불려가 구체가 지정하는 외계인들과 싸운다는 것이 기본 스토리다.
충격적인 전개방식이 유명하며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뒤에는 주인공 외에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죽는다.
고교생 쿠로노 케이는 지하철에서 주정뱅이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게 되고, 친구와 함께 도우려다 그만 목숨을 잃고 만다. 간츠라 불리는 검은 구체의 방으로 전송된 케이는 무기와 슈트를 갖고 수수께끼의 성인(외계인)들과 사투를 벌이게 되는데 ….
19금의 성인용 폭력물로 흥행에 성공한 만화작품들이 으레 그렇듯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다.

○미국 슈퍼히어로 시리즈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원더우먼 등 미국 코믹스에 등장하는 히어로물들.

창천수호위는 평소엔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주인공들이 위기가 발생하면 슈퍼히어로로 변신하는 일종의 변신영웅물 코드를 품고 있다. 만화평론가 박석환은 이에 대해 “현대인들이 갖고 있는 열망 중의 하나”라고 말한다.

창천수호위의 스토리작가 최성환 역시 슈퍼히어로 시리즈의 영향을 부인하지 않았다. 작가는 창천수호위가 슈퍼히어로 시리즈처럼 오랜 생명력을 갖고 독자들의 사랑을 받게 되기를 바란다.

창천수호위는 특정 사건이 발생하고, 영웅이 이를 해결하는 단막 에피소드 형식의 전형적인 슈퍼히어로물의 전개방식을 따르고 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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