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수의씨네에세이]피땀흘린‘해운대’가900원?제작진마음은찢어집니다

입력 2009-09-07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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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더욱 힘을 주세요.”

영화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이 최근 기자에게 보낸 메시지 내용입니다. 한창 극장에서 상영 중인 ‘해운대’의 동영상 파일이 유출된 사실이 알려진 뒤 큰 충격과 상심을 받았을 윤 감독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 직후 날아온 답변이기도 하지요.

그의 메시지 끝부분에 ‘∼∼’ 기호가 길게 붙어 있었습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 기호 속에 담긴 의미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6일 현재까지 전국 관객 1100만 관객을 돌파한 ‘해운대’가 이번 동영상 파일 유출 및 유포로 입은 가시적인 피해는 아직 확인된 게 없습니다. 하지만 제작진이 우려하는 대로 특히 해외 개봉을 앞둔 시점에 이런 사태가 발생해 향후 여러 가지 피해를 입게 될 것은 명약관화해보입니다.

결국 중국에서는 ‘해운대’의 불법 DVD가 유통되기 시작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한국영화의 극장 상영이 끝나갈 시점에 일어날 법한 일인데 제작진과 한국영화 관계자들의 가슴을 찌르는 것은 그 가격이 단돈 900원에 불과하다는 것이지요.

이 불법 DVD가 현재 인터넷에 나돌고 있는 ‘해운대’의 동영상을 재료로 삼은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그렇게 추정할 수도 있는 문제라면 제작진의 앞선 우려는 현실화하는 것이고 한국영화에 막대한 피해를 안겨주겠지요.

이런 소식을 접하면서 생각을 해봅니다.

‘해운대’의 제작비는 130억원 가량입니다. 윤제균 감독은 그 정확한 액수나 비율을 밝힐 수 없다면서 “제작사가 얻을 수입은, 일반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많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의 말이 사실이면, 투자배급사와 제작사의 수입배분율을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엄살이 아님을 여러 경로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

자신들이 피땀흘려 만들어낸 소중한 영화가 ‘단돈 900원’에 팔려나간다는, 그것도 불법적인 유통 경로로 흘러다닌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제작진이 감당해야 할 심정은 어떨까요. 천갈래만갈래 찢어질 것은 상상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더욱이 제작진은 관객들이 그토록 ‘칭찬’하는 ‘물CG’를 위해 할리우드 CG업체를 찾아다니며 문전박대를 감수하며 어렵게 영화를 완성했습니다.

지금 이 지면에서 문화 콘텐츠 불법복제 및 불법 다운로드가 범죄임을 또 다시 주장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수많은 영화의 제작진이 겪었던, 겪고 있는, 앞으로도 겪을 그 ‘산고’와도 같은 고통을 많은 분들이 조금이라도 헤아릴 수만 있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엔터테인먼트부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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