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최고의테크니션허정무

입력 2009-09-08 16: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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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허정무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호주와의 평가전(5일)을 앞두고 열린 대표팀의 자체 연습경기에서 골키퍼로 뛰어 화제가 됐었다. 해외파 선수들만 대표팀에 합류한 탓에 자체 경기 때 선수가 부족해 허 감독이 골문을 맡은 것. 그는 “쉽게 공을 막을 줄 알았더니 그렇지 않았다”며 22골이나 허용하고 땀을 뻘뻘 흘렸다.

이런 허 감독의 노력 덕인지 한국대표팀은 호주를 3-1로 꺾고 최근 25경기 무패(13승12무) 가도를 달렸다.

허 감독의 현역 시절 포지션은 스트라이커 혹은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16년 동안 축구 담당 기자를 했던 필자에게 ‘한국축구 선수 중 누가 제일 개인기가 좋았냐’고 물어본다면 서슴없이 ‘허정무’라고 말할 것이다. 이렇게 단언할 수 있는 것은 필자가 기자로 활동할 때에는 이미 허 감독은 은퇴를 한 뒤였지만 그와 같이 경기를 하면서 직접 체험했기 때문이다.

허 감독하고 같이 경기를 했다? 내용인 즉 정몽준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한창 뛸 때에는 축구협회 관계자와 축구인, 그리고 축구담당 기자들 간에 축구 경기가 열린 적이 몇 번 있었다. 축구협회를 대표하는 정몽준 회장 측 팀의 진용은 그야말로 초호화. 주로 최전방 스트라이커는 정 회장이 맡고 미드필드진에는 허정무 감독을 비롯해 조영증(대한축구협회 기술교육국장), 최순호(강원 FC 감독), 김주성(대한축구협회 국제부장) 등 왕년의 스타플레이어들이 포진했다.

신문과 통신, 방송 기자들을 총괄한 기자 팀에는 고등학교 때까지 동네축구 선수로 활약하던 젊은 피들이 주로 공격진을 맡고 고참 기자들은 수비와 골키퍼는 맡는 식이었다. 기자 팀은 축구협회 팀에 비해 평균 연령이 10살 이상 어려 체력으로 밀어붙였지만 허정무 최순호 김주성 등 막강한 미드필드진이 정 회장 앞에 자로 잰 듯한 패스를 넣어주면 체격과 힘이 좋은 정 회장이 툭툭 골을 넣는 바람에 큰 스코어 차로 패하곤 했다.

이 때 허 감독을 수비하기도 했던 필자는 다른 축구인들에게 이미 들은 바가 있기는 했지만 허 감독의 드리블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마치 공이 발에 붙어 다니는 듯 허 감독은 공을 몰고 다녔고 7살은 어린 필자가 손을 사용해 잡고 당기며 반칙을 해도 도무지 그를 막을 수가 없었다.

이런 허 감독이었기에 1986년 멕시코월드컵 최종예선 일본과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어 한국축구가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고 월드컵 본선 이탈리아전에서 골을 터뜨리는 등 월드컵 무대에서 활약했다. 또한 요한 크루이프를 배출한 네덜란드 리그에서도 빛을 발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런 허 감독도 1986년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디에고 마라도나가 이끄는 아르헨티나와의 경기 얘기만 나오면 고개를 내두른다. 허 감독은 마라도나와 미드필드진에서 충돌할 때가 많았는데 마치 공과 한 몸이 된 것처럼 움직이는 마라도나를 철저하게 차단할 수 없었던 것. 필자가 한국축구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생각하는 허 감독이 ‘정말 대단한 선수’라고 말할 정도이니 당시 마라도나의 개인기는 거의 입신에 경지에 이른 듯 하다.

아! 마라도나 얘기가 나오니 생각나는 것 한가지. 6일 열린 남아공월드컵 남미예선에서 마라도나 감독이 이끄는 아르헨티나가 라이벌 브라질에 1-3으로 패했다. 표정이 어두운 마라도나 감독을 보면서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한국이 2002년 월드컵을 유치하기 위해 뛸 때 마라도나 감독은 한국을 응원했고, 펠레 지코 등을 주축으로 한 브라질은 일본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웨인 루니나 디디에 드로그바가 뛰는 프리미어리그나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는 프리메라리가 등 해외 프로축구 경기를 보다 국내 경기를 보면 재미가 없다고 말하는 축구팬들이 많다. 국내 선수들이 개인기(테크닉) 연마에 더욱 매진해야 하는 이유다.

권순일 | 동아일보 스포츠사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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