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떴다!싼티송

입력 2009-10-06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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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방송계 3대 트렌드 중 하나로 떠오른 ‘싼티’가 가요계에서 인기코드로 떠올랐다. 노라조, 고고걸스, 허경영(왼쪽부터)이 ‘싼티’를 이끄는 가수들이다 . 스포츠동아DB

가요계도‘싼티코드’대세“재밌으면그만!”…몸치도음치도부담없어\기발한가사·콘셉트배꼽빠지는노래중독
‘싼티 리포터’ ‘싼티 댄스’ ‘싼티 캐릭터’ ‘싼티계’….

예능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이른바 ‘싼티’가 인기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최근에는 대중음악에서도 ‘싼티’ 코드가 주목받고 있다.

‘기발한 가사와 콘셉트로 웃음을 주는 노래‘를 뜻하는 이른바 ‘싼티송’의 인기를 주도하고 있는 노래는 허경영의 ‘콜 미’다.

허경영 민주공화당 총재의 가수 데뷔곡인 이 노래는 ‘내 눈을 바라봐 넌 행복해지고/내 눈을 바라봐 넌 웃을 수 있고/허경영을 불러봐 넌 웃을 수 있고/허경영을 불러봐 넌 시험해 합격해/내 노래를 불러봐 넌 살도 빠지고/내 노래를 불러봐 넌 키도 커지고’(후략) 등 전지전능한 자신의 힘을 보여주는 듯한 가사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유발한다.

특히 허경영은 이 노래에 일명 ‘무중력 댄스’까지 곁들여 웃음지수를 배가시킨다. 이미 그가 2007년 대선에 출마해 아이큐430, 외계인과의 교신, 축지법, 공중부양 등의 능력이 있다고 밝혀온 것을 상기하면서 노래를 들으면 웃음의 농도가 더욱 짙어진다.

허경영의 ‘콜 미’는 TV 개그 소재로도 사용되지만, 컴퓨터 게이머들이 행운을 비는 주문으로 사용되고 있다. 공연도 두 차례나 했으며, 그의 홈페이지에는 하루 수천 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다.

‘콜 미’는 ‘싼티 코드’의 또 다른 파생음악을 유발했다. 이름부터 독특한 신인가수 싼초이는 ‘라틴 오브 싼티안나’란 이름의 디지털 싱글을 8월 발표했고, ‘새치’라는 예명의 신인가수는 ‘콜 미’의 답가를 표방하며 ‘스딴뜨도웨’란 디지털 싱글을 9월 발표했다.

새치의 ‘스딴뜨도웨’는 ‘아침점심저녁 스딴뜨도웨를 세 번만 부르면/손발이 오그라들기는 하겠지만 좋은 일이 생길 것이야/적당히 망설이고 롸잇나우/스딴뜨도웨/콜 미 콜 미 에브리바디/너의 눈을 봤지만 나는 감기 걸렸고/콜 미 콜 미 에브리바디/너의 노래 부르고 3킬로가 찌고’(후략)이란 가사로 허경영의 ‘콜 미’를 비틀고 있다.

싼초이의 싱글 ‘라틴 오브 싼티안나’의 타이틀곡 ‘오아시스’는 남녀간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자신이 직접 코믹하게 여장을 하고 마네킹에게 끈적끈적한 구애를 펼치는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그려 웃음을 유발한다. 허경영의 ‘무중력 댄스’에 대적할 ‘좌삼삼 우삼삼 강약약 허리튕기기춤’을 선보여 누리꾼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싼티 코드’의 원조로 꼽히는 가수는 노라조다. 코믹한 노랫말의 노래와 익살맞은 UCC를 앞세운 것은 허경영과 새치, 싼초이와 비슷하지만, 노라조는 이미 2005 년 ‘싼티 이미지’로 데뷔해 꾸준히 그 콘셉트를 유지하고 있다.

이후 ‘해피송’ ‘슈퍼맨’ ‘고등어’ 등 발표하는 노래마다 삼각김밥 머리, 샤오 펭(주윤발의 영화 속 캐릭터) 분장 등 특이한 복장과 헤어스타일로 주목을 받더니, 이제는 가요계에서 확실하게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7월 ‘여자 노라조’를 콘셉트로 ‘이쁜이 꽃분이’란 노래로 데뷔한 여성듀오 고고걸스도 싼티코드를 활용했다. 이소룡이 영화 ‘사망유희’에서 입었던 검은색 줄무늬의 노랑 트레이닝복에 ‘폭탄머리’로 치장해 못생긴 외모를 강조했다.

싼티는 최근 예능프로그램에서 자주 사용되는 ‘저질댄스’ ‘저질몸매’ 등의 ‘저질’이란 단어와도 일맥상통하고, 1990년대 후반 유행했던 ‘엽기코드’와도 유사하다.

이들은 모두 각박한 세상살이에서 웃고 싶은 현대인들에게 ‘괴짜의 신선함’으로 어필해 웃음을 주고 있다.

작곡가 김형석은 “예전엔 노래가 감성을 자극했지만, 이제는 음악이 ‘재미있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성향, 한번 소비하고 끝내버리는 성향에 맞춰가다 보니 ‘콜 미’와 같은 노래가 인기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대중의 소비성향이 그렇다고 해도 음악을 만드는 창작자나 제작자들은 음악의 진정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고, 언론 등 매체들도 음악이 재미추구와 소비지향적으로만 흐르지 않도록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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