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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만에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 신화 재현에 나섰던 홍명보호의 꿈이 ‘검은 별’ 가나의 벽에 막혀 수포로 돌아갔다.

한국 U-20 축구대표팀은 10일(한국시간) 새벽 이집트 수에즈 무바라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가나와 대회 8강전에서 박희성(고려대)과 김동섭(도쿠시마)이 골을 넣었지만 가나의 투톱 스트라이커 도미니크 아디이아(2골)와 랜스포드 오세이에게 연속골을 내주면서 2-3으로 석패했다.

이로써 홍명보호는 조별리그 2위로 16강에 올라 남미의 강호 파라과이를 3-0으로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지난 1983년 멕시코 대회 4강 신화를 재현하는 듯 했지만, U-20 월드컵에서 두 차례나 준우승(1993년, 2001년)을 차지했던 가나의 막강 화력에 막혀 4강 문턱에서 주저 앉고 말았다.

이날 4-2-3-1 포메이션을 가동한 홍명보 감독은 경고 누적으로 뛸 수 없는 ‘`왼발 달인’ 김보경(홍익대)의 공백을 메울 선수로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돌파가 좋은 조영철(니가타)을 낙점했다.

공격 트리오 꼭짓점인 최전방 공격수에는 ‘`앙리’ 박희성(19·고려대)이 변함없는 믿음을 얻었고 서정진(20·전북)이 오른쪽 날개를 맡았다.

파라과이와의 16강전에서 전술 변화에 핵심 역할을 담당했던 ‘작은 거인’ 김민우(19·연세대)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고, ‘더블 볼란테’ 구자철(20·제주)과 문기한(20·서울)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호흡을 맞췄다.

포백(4-back) 수비라인은 왼쪽부터 윤석영(19·전남)-김영권(19·전주대)-홍정호(20·조선대)-정동호(19·요코하마)로 구성됐다. 왼쪽 허벅지 근육 파열 부상을 입었던 오른쪽 풀백 오재석(19.경희대)은 부상에서 회복됐지만 정동호가 파라과이전 때 좋은 활약을 펼쳐 홍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골문은 ‘`거미손’ 김승규(19.울산)가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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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결정력에서 2%가 부족한 한 판이었다. 가나는 청소년 수준을 뛰어 넘은 아디이아와 오세이란 걸출한 스트라이커를 앞세워 세 골을 폭발시킨 반면 한국은 대형 스트라이커 부재로 대조를 이뤘다.

경기 초반 강한 압박과 조직적인 패스 플레이를 앞세워 가나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는 듯 했던 한국은 전반 8분 만에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수비 뒷공간으로 올라온 땅볼 크로스를 막지 못해 쇄도하던 도미니크 아디이아(프레드릭스타드)의 한 방에 무너졌다.

선제골을 허용한 뒤 전열을 재정비해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펼치던 한국은 ‘경계대상 1호’ 랜스포드 오세이(트벤테)에게 추가골을 얻어맞았다. 전반 28분 역습 상황에서 또 다시 수비 뒷공간으로 투입된 볼이 쇄도하던 오세이의 발에 걸리고 말았다.

순식간에 두 골을 빼앗긴 한국은 위축되지 않고 곧바로 추격에 나섰다. 3분 뒤 정동호가 오른쪽 중원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박희성이 헤딩으로 한 골을 만회한 것. 큰 신장을 이용한 박희성의 공중 장악 능력이 돋보인 골이었다.

전반을 1-2로 뒤진 한국은 후반 초반 60%가 넘는 높은 볼 점유율을 기록하며 거세게 가나의 골문을 위협했다.

후반 2분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때린 서정진의 강력한 오른발 슈팅이 골포스트에 맞고 나와 아쉬움을 남겼고 후반 21분 쇄도하던 박희성이 문전 중앙에서 한 박자 빠른 슈팅을 날렸지만 오른쪽 골포스트를 살짝 벗어났다.

마지막 마무리가 시원치 않자 홍 감독은 후반 23분 박희성을 빼고 스트라이커 김동섭(도쿠시마)를 교체 투입해 높은 골 결정력을 주문했다. 또 6분 뒤에는 조영철을 빼고 공격수 이승렬을 투입해 공격의 파괴력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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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국은 후반 33분 선제골의 주인공 아디이아에게 쐐기골을 허용했다. 아크 서클 정면에서 패스를 가로챈 아디이아는 화려한 개인기로 수비수 4명을 제치고 유유히 골을 성공시켰다.

추격의 의지를 잃는 듯 보였던 한국은 김동섭의 만회골로 경기를 끝까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 후반 37분 중원에서 올려준 윤석영의 크로스를 김동섭이 머리로 살짝 방향만 바꿔 골망을 흔들었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한국은 이후에도 공격 주도권을 쥐며 가나의 골문을 노렸지만,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이날 세 골을 합작한 아디이아와 오세이와 같은 대형 스트라이커 부재를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결국 한국은 동점골을 뽑아내지 못하고 주심이 경기 종료 휘슬을 불자 그라운드에 누워 아쉬움의 눈물을 쏟아냈다.

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