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1차전] 가을축제의 이면

입력 2009-10-16 20:4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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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의 열기는 뜨겁고 화려했지만 광주 야구장 밖 매표소는 쓰레기로 가득하다.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가을 축제의 이면’

16일 KIA와 SK의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광주구장. 야구장의 열기는 뜨겁고, 화려했다. 하지만 야구장 밖은 이런 느낌과는 전혀 달랐다. 매표소 앞을 지나던 한 야구팬은 “완전히 쓰레기장이네”라며 혀를 끌끌 찼다.

이날 광주구장을 찾은 사람은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말일 터다.
매표소 앞 광장 곳곳엔 먹다 남긴 치킨, 반쯤 뜯어먹은 김밥과 단무지, 찌그러진 커피 캔과 그 안에서 쏟아져 나온 내용물이 자리를 차지했다. 검정색 비닐 봉투 또한 볼썽사나운 풍경에 하나를 더했다.

쓰레기로 가득한 비닐 봉투들은 제대로 ‘잠금 처리’도 하지 않은 채 곳곳에 버려졌고, 이 안에 있던 신문지와 냅킨 등은 바람에 실려 날리고, 사람들의 발에 치이고, 찢겨 더욱 지저분한 느낌을 강조했다.

동네에서 보면 지저분한 통로에 누군가 몰래 쓰레기봉투를 놓고 가면 그 위로 다른 누군가가 와서 또 쓰레기를 투척해 그 공간은 ‘쓰레기장’으로 변해 버린다. 급기야 해당 구청에서 CCTV를 설치하지만 이를 무시하는 쓰레기 투척은 쉽게 근절되지 않는다.

광주구장이 지저분한 배경도 이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건 팬들의 의식 수준 문제를 넘어선다. 노화되고,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는 광주구장에 대한 팬들의 생각은 동네에서 매번 쓰레기가 쌓이는 그 공간과 다르지 않다. ‘이미 지저분한데 여기에 쓰레기를 버린 들 어떠냐’라는 생각을 합리화하게 만든다.

광주구장에서 오래 근무했다는 한 직원은 “광주구장은 군산과 비교해도 시설이 너무 떨어진다. 관리도 안 돼 지저분하다”고 아쉬운 점을 얘기했다. 한국시리즈에 걸 맞는 야구장의 수준을 요구하는 건 아직 무리일까.

광주 |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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