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박시연이 16일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열린 200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다리를 높이 드는 키킹 동작으로 시구를 하고 있다. 광주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선수들의 고유공간인 웨이트룸에서 갑자기 선수들이 쫓겨난 것은 다름 아닌 시구를 맡은 영화배우 박시연이 옷을 갈아입을 장소가 없다는 이유였다. 광주구장에 탈의를 하고 몸단장을 할 공간이 없으니 창문이 없고 출입구가 하나인 웨이트룸을 이용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훈련도중 그것도 한국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쫓겨난 선수들은 당황하는 한편 불쾌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구톰슨은 “도대체 내가 왜 나가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선수들이 웨이트룸에서 쫓겨나자 KIA 직원들도 KBO측 시구 진행 스태프들과 사전협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항의해 잠시 고성도 오갔다. 박시연은 이상한 분위기가 감돌자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나왔지만 마땅히 대기할 곳이 없어 복도에서 서성였다. 우여곡절 끝에 KIA 유니폼 상의를 입고 시구를 한 박시연은 1만여 관중에게 많은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관중들의 환호가 커질수록 옷 갈아입을 장소도 없는 낙후된 광주구장의 현실에 많은 이들이 씁쓸해했다.
광주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