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이 본 ML PS] 독이된 ‘3인 로테이션’…NY 6차전 선발 딜레마

입력 2009-11-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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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투수의 휴식
필라델피아 필리스 찰리 매뉴얼 감독은 양키스타디움에서 2차전을 마치고 1차전에서 삼진 10개를 빼앗으며 완투승을 거둔 에이스 클리프 리의 3일 휴식 후 등판 가능성에 대해 “리는 메이저리그에 입문해 한번도 3일 휴식 후 등판이 없었다”며 정상 휴식을 취하고 등판하는 5차전 선발로 예고했다.

이에 비해 뉴욕 양키스 조 지라르디 감독은 플레이오프 내내 에이스 CC 사바시아∼AJ 버넷∼앤디 페티트로 이어지는 3인 로테이션을 고수했다. 비록 3인 로테이션을 고수했지만 디비전시리즈는 3승으로 끝났고, 아메리칸리그 챔피언결정전(ALCS)은 방송 스케줄 때문에 휴식일이 하루 더 포함돼 있어서 3일 휴식 후 등판한 투수는 사바시아 뿐이었다. 버넷과 페티트는 실제 LA 에인절스와의 ALCS에서는 정상 휴식을 취하고 등판했던 것이다.

3일(한국시간)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양키스 선발 버넷의 등판이 주목받은 이유가 이 때문이다. 3일 휴식 후 상대 에이스 리와의 맞대결이어서 과연 양키스타디움에서 보여준 7이닝 4안타 1실점의 호투를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심이었다. 리와 버넷은 아칸소주 동향의 절친한 친구 사이다.

양키스가 1회초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우익선상 2루타로 선취점을 뽑으며 버넷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지만 1회말 곧바로 체이스 어틀리에게 우월3점홈런을 얻어맞고 불길한 조짐을 보였다. 1차전에서는 초구 스트라이크와 변화구의 제구가 일품이었다.

버넷은 결국 3회 선두타자 어틀리와 라이언 하워드를 볼넷으로 내보내고 제이슨 워스, 라울 이바네스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며 추가 3실점하고 강판당했다.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했다. 공식적으로 투구는 2이닝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타자를 상대하고도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하고 내려올 때 ‘2플러스이닝’이라고 표현한다. 2이닝 투구와 차별하기 위해서다. 버넷은 2이닝 4안타 4볼넷 2탈삼진 6실점으로 무너졌다.

에이스 사바시아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2차례나 3일 휴식 후 등판했지만 피칭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4차전의 경우에도 6.2이닝 3실점의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로 팀이 경쟁할 수 있도록 호투했다. 하지만 버넷의 3일 휴식 후 등판은 실패로 끝났고, 당장 양키스타디움에서 벌어질 6차전이 문제로 떠올랐다. 1999년 이후 포스트시즌에서 선발투수의 3일 휴식 후 성적은 12승28패로 좋지 않다.

4일이 이동일이어서 양팀 감독은 6차전 선발투수를 예고하지 않았다. 필리스는 2차전 선발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등판할 게 거의 뻔하다. 양키스는 3인 로테이션을 지킬 경우 베테랑 좌완 페티트 차례다. 제4선발인 채드 고댄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한번도 선발로 등판하지 않았다. 지라르디 감독으로서는 버넷의 초반 강판이 예사롭지 않다. 페티트의 호투를 기대할 수 없다. 3차전에서도 고비마다 필리스 좌타자들을 변화구로 농락해 위기를 탈출했지만 썩 좋은 구위를 과시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더구나 페티트의 나이가 37세다. 사바시아는 29세의 젊은 나이에다가 신장 201cm, 체중 130kg의 건장한 체구를 가진 투수다. 그야말로 지칠 줄 모르는 적토마다. 시리즈 3승2패로 리드를 하고도 여유보다는 고민이 앞서는 양키스다.

LA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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