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크릿’ 차승원 ‘웃음은 그만…쇠 냄새 나는 남자이고 싶다’

입력 2009-12-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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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혹의 차승원은 어떤 모습일까. 그 청사진을 그는 3일 개봉되는 영화 ‘시크릿’에서 보여주고 있다. 코믹에서 빗겨난 진지한 차승원, 그러나 그는 인간미가 묻어나는 진지함을 추구하겠다고 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스타일 잡는데 ‘7분’ 운동 싫고 고정관념은 더 싫은
군더더기 없는 남자 첫 형사역 “코믹은 지워주세요”
“쇠 냄새가 나는 남자이고 싶다.”

차승원이 꿈꾸는 얼굴 그리고 미래는 그랬다.

그는 “따뜻함을 빙자하는 건 싫다”면서 “쇠냄새가 나야 따뜻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해보이면서도 내면에 인생의 페이소스가 있어 그것 자체로 특유의 내음을 낼 수 있는 남자를 꿈꾸고 있는 듯했다.

“말을 참 잘한다”고 하자, 그는 “말에 살이 붙는 건 싫다”며 세상의 고정관념에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이다. 그가 이런 꿈을 꾸게 하는 힘 가운데 스타일이 있다. 3일 개봉하는 스릴러 영화 ‘시크릿’(감독 윤제구·제작 JK필름)에서 형사 역을 연기한 그는 극중 캐릭터를 드러낼 때도 스타일을 중시했다.

그는 “미술과 비주얼에 중점을 둔 스릴러 영화라면 캐릭터 역시 그래야 한다”면서 “단조롭지만 몸에 붙는 스타일을 원했다”고 말했다.

살인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아내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형사. 그 몸부림이 거듭될수록 관객이 바라보는 사건의 실마리는 종잡을 수 없다. 이런 이야기는 비주얼을 강조한 스릴러 영화의 캐릭터로 차승원이 이전보다 더 스타일에 관심을 갖게 했다.

 차승원.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데뷔 이후 첫 형사 역이다.

“제안이 많았지만 모두 어디서 봄직한 캐릭터였다. 이번엔 달랐다. 그동안 말랑말랑한 것을 많이 해왔으니 또 다른 연기의 맛을 찾고 싶다. 앞으로도 더 강렬한 캐릭터를 원한다.”


○캐릭터의 스타일을 만드는 데 상당히 참여한 듯 보인다.

“95% 정도. 오지랖이 넓다고? 어두운 의상을 입겠다고 했는데 팔의 길이가 맞지 않는다고 하자. 그럼 내가 준비할 수밖에. 외형적 스타일을 중시하는 건 다분히 개인적인 취향이다. 인간 혹은 배우로서 원하는 남자의 얼굴이 있다. 각이 지고 쇠냄새가 나는 얼굴이다. 이젠 20, 30대의 강한 에너지와는 다른 에너지와 깊이를 갖고 싶다. 외형적으로도 살이 좀 없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운동도 한다.”


○운동하기 좋은가.

“천만에! 정말 싫다. 마치 내가 운동하는 걸 좋아하는 것처럼 비치고 있지만 그것도 고정관념이다. 운동은 내겐 의무일 뿐이다. 배우로서 살아가려면 말이다.”


○수염을 기른 것도 스타일 때문인가. 차기작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을 위해서인가.

“전작인 ‘혈의 누’ 당시 수염 분장을 했다. 딱 1시간 30분이 걸리더라. 그럼 잠자는 시간이 줄고 분장 스태프가 계속 관리해야 한다. 바람이 불면 날아가기도 한다. 차라리 기르겠다고 했다. 물론 스타일로서도 원했다. 어느 정도는.”


○자신을 꾸미는 데, 이를테면 집에서 외출하기까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

“7분. 왜? 안믿기나? 간단하다. 옷? 그저 색깔을 맞춰 입는 것 뿐이다. 거기에 코트 걸치고 운동화 신고, 모자 쓰고. 오래 걸릴 일 아니다.”


○그래도 ‘때깔’이 나는 건?

“잘 생겼잖아!(웃음) 괜찮지 않나, 이 정도면? 부모님께 감사해야지.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만족 못 한다’는 말보다 낫지않나. 악플도 덜 달릴 거다. 하하!”


○인터넷 댓글을 들여다보나? 당신 이름도 검색해 보고?

“이틀에 한 번 정도. 특히 영화든 작품이든 일이 있다면. 댓글은 안본다. 뭐하러 보나.”


○‘시크릿’은 형사와 살인용의자로 몰린 아내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건을 그리며 결국 관계의 이야기를 하는 듯 보인다. 어쨌든 우린 모두 사회적, 인간적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는데.

“난 일과 얽혀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은 안본다. 하찮은 것도 순수한 애정으로 다가갔는데 상대가 그렇지 않을 때, 그 후진 것을 봤을 때 나도 본전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대신 다 욕하고 질타하는 사람도 내가 보기에 그렇지 않다면 끝까지 함께 간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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