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수첩] 투지도 지고, 인기에서도 패한 맨유

입력 2010-01-17 15:5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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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밤(한국시간)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09~2010 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번리를 3-0으로 완파, 선두 첼시와의 승점을 1점차로 줄였다.

시즌 초반 맨유를 1-0으로 이기는 파란을 일으켰던 번리는 이날 역시 이를 악물고 싸웠다. 선수들이 보여준 투지와 팬들의 응원전에서 만큼은 결코 맨유에 지지 않았다.

오히려 맨유가 답답했다. 전반이 끝나고 스포츠동아와 만난 DMB 스포츠의 맨유 담당 데이비드 화이트 기자는 “(전반전은) 정말 끔찍했다. 캐릭과 발렌시아를 제외하고 괜찮은 선수가 하나도 없었다. 루니는 골문 앞으로 더 빨리 강하게 파고들어야 했다. 수비도 형편없었다. 전반에 번리가 득점을 못한 것이 의아할 정도”라며 맨유를 혹평했다.

하지만 맨유는 역시 디펜딩 챔피언이었다. 후반 19분 베르바토프의 골이 터지며 맨유에 분위기가 넘어온 것. 이에 동분서주하며 열심히 골문을 지켜내던 번리의 브라이언 옌센 골키퍼는 넘어진 자리에서 한참을 일어나지 못하며 실점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후반 23분 루니의 추가골, 45분 신예 디우프의 데뷔골이 연달아 터지며 3-0이 됐다.

연이은 실점탓에 심리적으로 무너질 법 했던 번리 선수들은 지친 기색 없이 전후반 90분 내내 끈질기게 맨유 골문을 위협했다. 골 결정력이 아쉽긴 했지만 투지는 맨유를 꺾기에 충분했다. 번리의 파이팅은 맨유 팬까지 감동시켰는지 후반 35분 스티븐 플래처가 교체 아웃되자 맨유 팬들은 기립해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번리 팬들 역시 3실점한 후에도 변함없이 힘찬 응원을 보내며 결과와 상관없이 선수들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다.

박지성이 결장한 이날 맨유 팬들은 구단주 글레이저 가문이 부채 탕감을 위해 최근 밝힌 ‘1조원 채권 발행’ 계획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경기장 주변에 각종 플래카드와 스티커를 전시해 작은 마찰이 일기도 했다. 경기 도중 ‘글레이저를 증오한다(Hate Glazer)’는 대형 현수막을 내거는 등 ‘깜짝 시위’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

맨체스터(영국) | 전지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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