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의 열린스포츠] 시즌땐 운동, 겨울엔 알바 생계형 선수를 아시나요

입력 2010-01-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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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경제구조에서 경쟁에 따른 차등지급은 당연한 이치로 여겨진다. 특히 경쟁이 극심한 프로야구는 그 간극이 명확하다. 뛰어난 경기력은 부(富)를 보장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언제 퇴출될지 모른다. 언론은 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의 연봉에 관심을 갖다보니 대개는 일반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연봉만 각인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실제로 프로야구 선수의 과반수 이상이 연봉 4000만원 미만으로 금융권 신입사원의 초임과 비슷하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캐치볼만 할 줄 알면 계약금이 억대’라는 농담도 있었지만 이제는 옛날이야기다. 1군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끼니 걱정’을 해야 할 판이다.

2009년 프로야구가 포스트시즌 포함 관중 600만 시대를 열었지만, 선수의 연봉총액은 거의 제자리다. 2008시즌이 끝난 뒤 세계경제 위기에 따라,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전체 연봉이 1.4%% 삭감된 이후 올해도 사정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물론 근본원인은 구단의 적자폭이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를 잡지 못했기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문제는 연봉총액이 한정되어 있는 관계로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준 선수가 아니면, 나머지는 세월이 흘러도 연봉이 항상 제 자리라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프로 14년차에 이른 롯데의 이정훈같은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이정훈의 지난해 연봉은 3600만원이다. 한때 6000만원에 이른 적도 있지만, 현대 사태와 히어로즈의 등장으로 연봉삭감 제한폭이 무너져 부진하면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지난해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이정훈의 입장에서는 나이도 있고, 향후 언제까지 이러한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한 푼이라도 더 받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이정훈이 굳이 구단의 눈밖에까지 나면서 연봉조정신청을 한 것은 고참으로서의 비애와 더불어 ‘생계형 선수’이기 때문이다. 역대 연봉조정 신청 92건 중 선수측 승리는 2002년 유지현 한 건 뿐이다. 이 중에 74명은 판결이 내려지기 전에 신청을 철회했는데, 철회이유는 불이익 때문이었다.

마무리훈련이 끝나고 12월 휴식기가 찾아오면 고액연봉의 일부선수들은 편안한 휴식과 더불어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만, 일부 선수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도 있다. 연봉으로는 생계가 어렵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선수가 겨울에 물건을 나르거나, 매장에서 물건을 판매한다는 현실이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어느 분야나 먹고 살기 힘들고 양극화가 일반적이긴 하지만, 한국프로야구의 양극화는 일반인이 상상하는 이상의 수준이다. 연봉으로 다독거리기 힘든 상황이라면, 저액연봉 선수의 마음이라도 어루만져주는 것이 구단의 도리다.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스포츠에 대한 로망을 간직하고 있다
현실과 로망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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