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채 사커에세이] 세계 축구, ‘엄지 하나로 즐기기’

입력 2010-01-31 17: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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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거금을 들여 아이폰을 장만했을 때 처음 들었던 생각은, 이 기계를 잘 활용해서 본전을 뽑아야겠다는 것이었다.

게으른 탓에 지금껏 문명의 이기들과는 애써 거리를 두면서 살아왔던 나로선 그 전화기를 구입한 게 파격적인 결정이었고, 그 선택을 정당화하기 위해 지난 보름 동안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우선 유명한 ‘앱 스토어’를 둘러봤다.

사고 싶은 프로그램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본업에 충실하기로 마음먹고 축구에 관련된 앱들만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물론, 여기서는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공짜 앱을 주로 다루기로 한다.

올해가 월드컵의 해인만큼 월드컵이 빠져선 안 되겠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 방송 ESPN이 내놓은 ‘2010 남아공 FIFA 월드컵’이 현재로선 독보적이다. 본선 개막전을 초 단위로 카운트다운해주고, 자신이 원하는 대표팀을 골라서 뉴스, 경기 일정, 경기장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깔끔한 구성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평가전 결과가 작년까지만 업데이트 되어있는 것.

유럽의 스포츠 채널 ‘유로스포트’가 제공하는 앱도 쓸 만 하다. 월드컵 특집 섹션은 없지만, 유럽 5대 축구 리그의 경기들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유럽 클럽 대항전 소식을 보다 자세하게 알아보고 싶다면 역시 유럽축구연맹의 uefa.com 앱이 최고의 선택이다.

모바일 웹 버전과는 달리 아직은 챔피언스 리그, 유로파 리그, 풋살 유로 대회만 서비스하고 있지만, 그래도 공식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보이니만큼 믿을 만한 소스라고 할 수 있다.
매주 업데이트 되는 ‘매거진’ 비디오도 놓쳐선 안 될 서비스.

클럽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FC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아스널, 리버풀, 에버턴, AC 밀란 등은 유료 앱을 출시해서 팬들의 지갑을 공략하고 있다. 솔직히 권하고 싶진 않지만, 위의 클럽들 중에 응원하는 구단이 있다면 5000원 정도를 투자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그게 부담스럽다면 바이엘 레버쿠젠이나 바이에른 뮌헨처럼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 무료 앱을 제공하는 클럽을 따라가 보는 것도 좋다.

아쉽게도 박지성이 뛰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기성용의 셀틱은 아직 앱을 출시하지 않았다.

나이키가 제공하는 훈련 프로그램도 있다. ‘마스터 컨트롤’에서는 바르셀로나의 코치들과 함께 4주 일정의 훈련을 소화할 수 있고,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와 세스크 파브레가스의 개인기를 따라해 볼 수도 있다. ‘마스터 애큐러시’는 골 결정력 훈련 프로그램이다. 치로 페라라 유벤투스 감독의 지도 아래 역시 4주간 슛 훈련을 받을 수 있는데, 페르난도 토레스의 개인 전술과 로비 킨의 페널티킥 팁도 제공된다.

‘나이키 골’은 겉보기에는 이탈리아 세리에 A 정보 앱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호나우지뉴, 질라르디노, 파투 등 자사의 축구화를 착용하고 있는 선수들을 내세워 브랜드별 득점 순위를 집계하는 등 기발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게임을 살펴보자. EA 스포츠의 ‘FIFA 10’은 유료 앱이지만 이 바닥에선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축구 게임이다. 멀티 터치로 방향키와 버튼을 누를 수 있도록 했는데 조작감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K리그 클럽을 선택해서 한 시즌을 뛰어 볼 수도 있고, 무선 랜과 블루투스를 이용한 2인용 게임도 제공한다. ‘X2 사커’와 ‘리얼 사커’는 그래픽에서 완성도가 조금 떨어지지만 ‘FIFA 10’보다 액션 게임의 맛을 잘 살린 게 장점이다.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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