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로 져도 좋다 끝까지 물러서지마”

입력 2010-02-04 17:2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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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선재 감독. 스포츠동아DB

왕선재 감독. 스포츠동아DB

“설렘도, 두려움도 없어요. 늘 해온 것처럼 해야죠.”

시드니 발렌타인 스포츠 파크에서 만난 대전 왕선재(51) 감독의 표정은 편안했다. 6년여 간의 코치 생활을 마치고 ‘홀로 서기’ 본격 시험대에 오른 그였기에 “부담 없다”는 답은 조금 의외였다. 기적도, 매직도 없다고 했다. 대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옛 말을 꺼냈다.
“축구는 거짓말이 없죠. 준비한 대로, 뿌린 대로 수확하죠.”

비현실적 목표도 지양한다. 1차 목표를 ‘한 자리 진입’으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현 전력상 6강 진입만 해도 성공이다. 그래도 희망을 본다. 작년 후반기 돌풍이 그 증거다. 전훈이 한창인 요즘도 오전 미팅 때마다 선수들에게 ‘잘한 건 끝까지 잘하자’고 주문한다.

FA컵 챔피언이 최종 목표다.

“프로 정신이 뭔지 보여줬죠. 선수들의 집중력과 책임감이 한층 높아졌다고 할까? 위기를 타파하고자 했던 열정과 끈기에 벤치도 탄복했어요.”

올해 K리그 개막까지는 20여 일 남짓 남았다. 자신감이 넘친다. 광양에서 국내 훈련을 끝내고 시드니로 건너왔으니 거의 두 달간 손발을 맞췄다. 타 팀에 비해 전력보강은 잘 이뤄지지 못했으나 왕 감독은 외려 긍정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가 됩니다. 조직력은 대전도 뒤지지 않죠.”



일단 대전은 초반 2~3경기에 모든 걸 쏟아 부을 계획이다. 한 번 탄력 받으면 언제든 치고 올라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6월까지 버티면 예상치 이상의 성과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왕 감독은 성적에 연연할 생각은 없다. 시드니에서 가장 강조한 게 백패스 금지와 빠른 템포였다. 지루한 축구는 질색이라고 한다. 자신의 축구 색채로 ‘영리함’을 꼽은 것도 같은 연유에서다. 슈퍼리그 출범 때 시행된 승리 시 승점 3점 확보 및 득점하고 비기면 승점 2점, 0-0 무승부 때 승점 1점만 부과하는 포인트 제도의 변화도 홀로 곰곰이 생각해봤다.

“남들이 대전을 만만히 보지 못하게 해야죠. 설사 0-5로 져도 끝까지 물고 늘어질 겁니다. 우리를 꺾어도 충분한 타격을 줄 만큼.”

시드니(호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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