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호주서 공만 차는 대전 “여긴 천연의 축구요새”

입력 2010-01-31 17: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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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왼쪽) 등 대전 선수들이 31일(한국시간) 호주 발렌타인 스포츠파크에서 훈련을 마친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오직 절약! 오직 훈련!’ 대전 시드니 전훈 풍경
“정말 훈련 말고는 아무 것도 할 게 없어요.”

돌아온 대답은 한결같았다. 대전 선수단이 동계훈련 캠프를 차린 시드니 글렌우드 카운실 발렌타인 스포츠 파크는 그야말로 천연의 요새였다.

시드니 시내에서 동떨어진 외진 주택가 부근에 위치한 이곳은 주변에 유흥 시설이 전혀 없고, 4계절 잔디 전용구장 3면이 마련돼 축구 말고는 할 일이 전혀 없다. 지난 달 5일 캠프를 차렸으니 벌써 훈련 4주 차. 하지만 여전히 열흘 남짓 남아있다. 강도 높은 훈련에 잔뜩 지친 선수들에게 간혹 휴일이 주어지지만 딱히 할 일이 없다는 사실이 더 괴롭다.

컴퓨터 게임도, 낮잠도 이제 지겨울 정도.
관광도 구미를 당기지 못한다.

호주에서 맞은 첫 번째 주말, 대부분이 호기롭게 시드니 시내로 나갔지만 오히려 더 피곤했다. 관광 명소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릿지 인근에서 사진 몇 장을 찍고 부랴부랴 숙소로 돌아온 게 전부였다.

돌아온 네 번째 주말. 30일 오후부터 31일까지 이틀간의 휴식이 주어졌다. 왕선재 감독이 인근 동물원으로 인솔했지만 젊은 선수들은 금세 지루해 했다. 그나마 호주의 대표 동물인 코알라를 안아주고, 캥거루에 탄산 주스를 먹이는 등 여유를 보인 이는 팀 최고참 최은성이 유일했다.
동물원에서 돌아온 뒤 시간을 보내는 것도 고역이다.

참다못한 몇몇 선수들은 자발적으로 훈련장으로 나가 패싱 게임을 했다. 한 방을 쓰는 황진산과 이호는 “여기서 며칠 있다보면 시간을 보내는데 훈련이 최고라는 걸 금방 깨닫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왕 감독은 “훈련장 주변에 아무 것도 없고, 편의점조차 오후 5시만 되면 영업을 마쳐 선수들이 전혀 한 눈을 팔 수 없다. 대신 주변 지원이 워낙 좋고, 불필요한 연습경기 숫자를 줄였더니 훈련 예산도 예년에 비해 많이 줄였다. 경비도 아끼고 훈련에만 매진할 수 있으니 이런 게 일석이조”라며 밝게 웃었다.

시드니(호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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