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 정지현, 촉망받던 유도 꿈나무…저체중에 레슬링 전향

입력 2010-02-11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정지현. [스포츠동아 DB]

2004년 아테네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0kg급 결승전. 비록 작은 체구였지만 당차 보였던 그 선수는 연장 혈투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금메달.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그의 눈가에는 눈물이 고였다.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을 만들어낸 한국 레슬링의 간판선수, 그러나 자칫하면 그를 레슬링판이 아닌 유도판에서 볼 뻔했다. ‘크로스오버’ 다섯 번째 주인공은 가수 MC몽과 닮아 ‘레슬링계의 MC몽’이라고 불리는 정지현(27·사진)이다.

석수초등학교 5학년. 철봉을 타는 솜씨가 범상치 않았던 정지현은 “공부에는 영 소질이 없는 것 같으니 운동이라도 시켜야겠다”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기계체조를 시작했다. 체격은 작았지만 타고난 힘과 유연성이 좋아 얼마 지나지 않아 두각을 드러냈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에는 기계체조라는 종목이 너무 힘겨웠다. 결국 1년 만에 체조부 코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문을 박차고 나왔다.

체조를 그만둔 뒤에도 공부에 영 흥미가 붙지 않았던 정지현은 유도를 선택했다. 체조와 마찬가지로 힘은 들었지만 엎고 뒤집고 꽤 재미가 있었다. 스스로 “만약 유도를 계속했더라면 이원희와 쌍벽을 이루고 있을 지도 모른다”며 너스레를 떨 정도로 소질도 많았다. 하지만 적은 체중이 발목을 잡았다. 지금이야 최대 68kg까지도 나가지만 중학교 2학년 때까지 그의 몸무게는 고작 40kg. 유도에서 가장 가벼운 체급이 48kg이었던 까닭에 출전기회도 많이 잡지 못했고, 기술은 좋았지만 힘에서 자꾸 밀렸다.

중학교 3학년, 유도부 문성연 감독은 정지현을 불러 한마디를 건넸다. “(정)지현아, 너 레슬링 한 번 해볼래?” 이 한마디가 그의 인생을 바꿨다. 정지현은 유도를 하면서 얻은 중심 잡는 법, 체조하면서 길렀던 순발력을 레슬링에 응용했다. 늘 지기만 했던 그의 인생에 ‘승’이 쌓이기 시작했다. 어떤 경험이든 버리지 않고 뼈와 살로 만들었던 작은 거인은 돌고 돌아 안착한 레슬링으로 쉬지 않고 세계를 뒤집고 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