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풍류 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퓨전 국악그룹 불세출. 스포츠동아DB
□ 국악계 삐딱이들의 진실
국악계 SS501 ‘공명’ 흡입력 폭발적
12인조 ‘소리아’ 힙합·비보이도 접목
대부분 정통 코스 밟아 “새 시대 도전”
갓 쓰고 도포 입은 고풍스런 국악의 이미지는 굿바이. 국악과 클래식, 재즈의 만남도 싱겁다. 이젠 판소리도 랩으로 하는 시대가 됐다.국악계 SS501 ‘공명’ 흡입력 폭발적
12인조 ‘소리아’ 힙합·비보이도 접목
대부분 정통 코스 밟아 “새 시대 도전”
새로운 국악에 대한 실험과 도전은 아무래도 젊은 피의 몫. 원로들 눈에는 괘씸하기 짝이 없는 ‘요즘 것’들이다.
그래도 너무 미워할 수 없는 것은 이들 대부분이 국악의 정통 엘리트 코스를 차근차근 밟은 바탕 위에 새로움을 쌓아올리고 있기 때문. 대담한 행보를 거듭하는 이자람만 해도 어지간한 소리꾼들은 엄두를 못 내는 완창 무대를 세 차례나 열었다.
국악의 변화를 주도하는 ‘젊은 피’로는 우선 ‘바닥소리’가 있다. 판소리라는 그릇을 두드려 늘려 온갖 것을 담아내는데 탁월한 팀이다. 동화 ‘토끼와 거북이’를 판소리화 하는가 하면 반전사상처럼 꽤 묵직한 주제도 다룬다. 판소리를 연극으로 풀어낸 ‘닭들의 꿈, 날다’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국악에선 드물게 앙코르 공연까지 했다.
여자 피리연주자 강효선은 서양 타악기인 마림바와 이중주 음반을 냈고, ‘이정주 앙상블’을 이끌고 있는 이정주는 개량이 안 되기로 소문난 거문고를 아예 전자 거문고로 만들었다.
‘국악계 소녀시대’로 불리는 여성 연주그룹 미지와 국악 타악그룹 공명(맨 왼쪽 사진부터 아래로). 스포츠동아DB
자칭 ‘국악계 SS501’로 불러달라는 ‘공명’이란 팀의 공연은 관객 흡입력이 대단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들의 공연을 오래도록 보아 온 한 공연관계자는 “무대가 작건 크건, 국내건 해외건 순식간에 관객을 잡아먹어버린다”라고 표현했다. 2005년 5명으로 시작한 연주팀 ‘소리아(SOREA)’는 현재 12명까지 불었다. 국악의 현대화·대중화를 기치로 내걸고 힙합, 록, 비보이를 과감히 접목해 ‘퓨전’이 아닌 ‘신국악’을 표방한다. 세계로 나가 삼바, 탱고, 보사노바 등과 세계 음악을 장악한 라틴 민속 리듬과 ‘맞짱’을 뜨는 게 최종 목표이다.
국악계 ‘걸그룹’ 돌풍을 일으킨 ‘미지’도 눈길이 확 가는 팀이다. 연인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았다는 노래 ‘흐노니’는 대중가요에 가깝게 들린다. 미지의 음반은 이미 전국 대형 음반매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불세출’의 경우는 평론가들이 엄지손가락을 먼저 세워주는 그룹이다. 민속·풍류음악을 가지고 나름 신선한 음악을 재생산해냈다는 평이다. 이밖에 아방가르드한 음악을 추구해 유럽에서 호평을 ‘숨(su:m)’ 같은 팀도 있다.
과연 이처럼 다양하고 거침없이 불어오는 변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할가. “20세기 들어 국악이 잃어버린 대중적 기반을 되찾아가는 과정(송혜진 숙명여대 교수)”이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국악의 퓨전화는 일종의 거품(한명희 이미시문화서원 좌장)”같은 반대 견해도 있다. “시대가 변하면 음악도 변해야 한다(국악평론가 현경채)”라는가 하면 “새로운 시도는 ‘충실한 기본’이 전제돼야 한다(홍주희 수원대 교수)”라는 쪽도 있다.
사람들이, 세상이 뭐라던 국악계의 ‘삐딱이’들은 오늘도 신명나게 ‘삐딱선’을 탄다. 인디언들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냈다. “언제까지 파야 합니까”라는 질문에 “물이 나올 때까지”라고 현자는 답했다. 이자람을 비롯한 국악계 젊은 삐딱이들의 도전과 실험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