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신 장수 아들과 나막신 장수 아들을 동시에 둔 부모의 심정. 대부분 잘 아실 겁니다.
날이 맑으면 짚신 장사가 잘 돼 좋지만, 나막신 장수 아들이 하루를 공칠까봐 걱정입니다. 반대로 비가 오면 나막신이 불티나게 팔리겠지만, 짚신 장수 아들은 서너 켤레 팔기도 힘들 테니 큰일이고요.
어차피 둘 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들입니다. 심장을 절반으로 쪼갤 수도 없으니, 부모로서는 하루라도 마음 편할 날이 없습니다.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김관규 감독의 마음이 딱 그렇습니다. 모태범의 깜짝 금메달이 나온 15일(한국시간). 김 감독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첫 금메달에 환호하면서도 마음껏 웃지 못했습니다. 대표팀 터줏대감 이규혁의 참패, 그리고 오직 500m만을 위해 밴쿠버에 왔던 이강석의 안타까운 4위 때문입니다.
이상화가 여자 빙속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따낸 17일에도 김 감독은 또다시 자랑스럽게 기자들 앞에 섰습니다. 금메달 하나로도 모자라 두 개, 그리고 사상 첫 장거리 메달까지 일군 그의 리더십도 각광을 받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 편은 여전히 무겁습니다. 숙소로 돌아가면, 귀국 짐을 꾸린 이강석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 감독은 이강석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말 합니다. “정말 고생했다. 수고 많았어.” 이강석도 고개를 끄덕이지만, 그 속에 얼마나 많은 한숨을 담고 있을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19일. 모태범이 또 은메달을 땄습니다. “태범이가 정말 자기 실력 이상을 발휘해줬습니다. 대견하네요.” 순도 100%의 진심이 담긴 칭찬입니다. 하지만 “긴장하지 말고 연습한 대로만 하자”던 김 감독과 이규혁의 다짐은 결국 수포로 돌아갑니다.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 사상 최고의 성적표를 받아든 김 감독은 아직도 남자 500m 1차 레이스 이후 1시간 30분 넘게 지연된 정빙 시간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마음껏 기뻐할 수도, 슬퍼할 수도 없는 스승의 마음. 이래서 국가대표 감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밴쿠버(캐나다)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