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 시즌 새 둥지를 찾은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22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피트니스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뉴욕 양키스 입단을 공식 발표하고 있다.
"추신수에게 홈런을 맞아도 기분 좋을 것 같습니다."(웃음)
올 시즌부터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인 투타 대결을 볼 수 있게 됐다.
거취가 미궁에 빠졌던 박찬호(37)가 메이저리그 최고의 명문구단 뉴욕 양키스 입단을 결정지으면서 까마득한 후배 추신수(28.클리브랜드 인디언스)와 맞대결이 성사된 것이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맹활약하며 생애 첫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았던 박찬호가 아메리칸 리그에 속해 있는 양키스로 둥지를 옮기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은 추신수와 대결에 쏠리고 있다.
박찬호는 22일 강남구 역삼동에서 운영 중인 'Park 61 피트니스 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심 끝에 양키스 입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1년간 불펜투수로 뛰면서 기본 연봉 130만 달러에 성적에 따라 보너스 30만 달러를 더 받는 조건.
박찬호는 "재미있는 대결이 될 것이다. 내가 6~7회 등판한다면 주로 오른손 타자를 상대할 것이고 셋업맨이라면 왼손 타자인 추신수와 맞붙을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며 "내가 추신수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거나 아웃을 잡아도, 추신수에게 안타를 맞거나 홈런을 내줘도 기분이 좋을 것 같다"고 웃었다.
이어 "추신수는 이미 자신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모든 투수들이 연구해야 할 톱 클래스의 선수로 성장한 만큼 미국에 가게 되면 나도 (추)신수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찬호의 양키스행은 다소 의외라는 평가다.
막판까지 선발투수 보직을 제안한 시카고 컵스와 양키스를 놓고 고심했던 박찬호는 역대 아메리칸 리그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994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 데뷔했던 박찬호는 2002년 FA로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 연봉 대박을 터뜨렸지만 부상과 슬럼프가 겹치면서 3년 반 동안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2005년 내셔널리그 샌디에이고로 쫓겨 오다시피했다.
아메리칸 리그의 높은 벽을 실감한 뒤 박찬호는 뉴욕 메츠, 다저스, 필라델피아 등 줄곧 내셔널 리그팀에서 뛰어왔다. 그러나 박찬호는 양키스의 유니폼을 입게 됨에따라 9년 만에 다시 불구덩이로 뛰어든 셈이 됐다.
이유는 월드시리즈 우승에 대한 열망 때문이었다.
박찬호는 "양키스는 메이저리그에서 상징적인 팀이고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이다. 또 지난해 이루지 못한 월드시리즈 챔피언의 꿈을 이어가고 싶었다. 얼마나 더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 예상할 수 없지만 양키스에서 한번 뛰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 소속팀인 필라델피아와의 소원해진 관계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필라델피아는 지난해 12월에 재계약 제안을 했다. 그런데 작년과 똑같은 조건이었다. 실망을 많이 했다. 나는 지난해 팀에 많은 기여를 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필라델피아는 2년 계약을 원했다. 120만불 정도의 바이아웃 조항도 삽입하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당시 10개팀들의 오퍼를 받았고 결국 양키스를 택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
연봉이 100만 달러 이상 깎였어도 박찬호는 후회하지 않았다.
박찬호는 "미국에 첫 발을 내딛을 때와 팀을 이적할 때와는 상황이 틀리다. 처음에는 영어를 배우고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기만 했다. 그러나 이후 거액의 액수에 계약을 하면서도 만족하지 못했다"면서 "금전적인 면에 전전하면 한도 끝도 없는 것 같다. 크고 작은 시련을 겪으면서 좋은 경험을 하게 됐고 이제는 월드시리즈 우승에 초첨을 맞추면서 아쉬움을 만족으로 변화시키겠다"로 전했다.
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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