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달새’로 날고 본드걸로 여왕에

입력 2010-02-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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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퀸’의 음악·명연기
박쥐 서곡·미스 사이공으로 세계 1위 반열
죽음의 무도땐 강렬한 연기…첫 200점 돌파


프로그램이 바뀔 때마다 기술은 더 정교해졌고 몸짓은 한층 아름다워졌다. 세계를 감동시키며 진정한 ‘피겨퀸’으로 등극한 김연아(20·고려대)의 명연기 변천사를 살펴봤다.


○2006∼2007 시즌, 시니어 첫 무대

[쇼트프로그램: 록산느의 탱고, 프리스케이팅: 종달새의 비상]

주니어 딱지를 뗀 김연아는 ‘록산느의 탱고’로 관능미를 뽐냈다. 당시 16세에 불과했지만 스페인 무희를 연상시키는 의상을 입고 풍부한 표정연기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때부터 김연아 연기의 백미는 트리플-트리플 점프였다. 앞에 뛴 트리플 플립보다 뒤에 뛴 트리플 토루프가 더 높아 가산점을 휩쓸었다. 이너바우어 뒤에 수행하는 더블 악셀과 전매특허인 트리플 러츠도 볼거리. 프리스케이팅에서는 한 마리의 종달새로 변신해 비상을 시작했다.


○2007∼2008 시즌, 세계 1위로 우뚝


[쇼트프로그램: 박쥐 서곡, 프리스케이팅: 미스 사이공]

김연아는 자신이 직접 고른 ‘박쥐 서곡’과 ‘미스 사이공’으로 세계 1위 반열에 오른다. ‘박쥐 서곡’에서는 기술도 완벽했지만 물이 흐르는 듯 부드러운 스케이팅과 종종거리는 스텝 등 예술성에서도 타 선수들을 압도했다.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미스 사이공’. 김연아는 ‘전쟁 폐허에서 피어난 가슴 시린 사랑’이라는 노래의 주제에 딱 들어맞는 애절한 연기로 세계를 매료시켰다.


○2008∼2009 시즌, 역대 최고기록 경신

[쇼트프로그램: 죽음의 무도, 프리스케이팅: 세헤라자데]

스모키 화장과 온 몸을 감싼 검은색 의상. 강렬한 선곡만큼 외모도 달라졌다. 음악 템포가 현격히 빨라졌지만 놀라운 스피드로 프로그램을 장악했다. 프리 때도 ‘세헤라자데’의 웅장한 음악에 맞춰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커브가 깊고 동작이 큰 직선스텝이 포인트. 안정된 스파이럴시퀀스도 빼놓을 수 없다. 김연아는 이 프로그램으로 2009년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72.24점을 받아 종전 쇼트프로그램 최고점을 갈아 치웠고, 같은 해 세계선수권에서 여자싱글 피겨 사상 최초로 200점(207.21)을 돌파하며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2009∼2010 시즌, 올림픽을 향한 황금총 명중

[쇼트프로그램: 007 메들리, 프리스케이팅: 피아노협주곡 바장조]

올림픽을 위한 프로그램에서 김연아는 본드걸로 변신했다.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이 자신의 최고 작품이라고 말하는 ‘007 메들리’에서 그녀는 섹시함의 결정체였다.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는 그녀의 역대 프로그램 중 가장 세련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쇼트프로그램의 마지막, 세계를 향해 겨눈 본드걸의 총은 결국 올림픽 금메달을 명중시켰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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