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Q|‘팔방미인’ 구혜선의 비밀] ‘구오나르도 다빈치’를 아세요? “난 워커홀릭 일 안하면 불안해요”

입력 2010-03-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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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망? 지금처럼 열심히 살고 외롭지 않았으면….” 연기자, 소설가, 화가, 영화감독 등 엔터테인먼트의 여러 분야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펴치면서 대표적인 ‘르네상스걸’로 불리는 구혜선.

“나의 소망? 지금처럼 열심히 살고 외롭지 않았으면….” 연기자, 소설가, 화가, 영화감독 등 엔터테인먼트의 여러 분야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펴치면서 대표적인 ‘르네상스걸’로 불리는 구혜선.

□ 연예계의 ‘르네상스 걸’
감독·배우·작곡가·작가… 구혜선


‘구오나르도 다빈치.’

의학과 과학, 미술,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였던 ‘르네상스맨’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빗댄 구혜선의 별칭이다. 구혜선의 이름 앞에는 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연기자를 비롯해 영화감독, 작가, 작곡가 등 대중문화의 여러 장르를 넘나들고 있다.

그녀는 2009년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금잔디 역을 맡았고, 소설 ‘탱고’를 출간했으며, 일본 뉴에이지 음악의 거장 이사오 사사키와 소품집 ‘숨’을 발표했다. 그런가 하면 2008년 연출한 단편영화 ‘유쾌한도우미’는 해외 여러 영화제에 초청돼 최근에는 일본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감독으로 참여했다. 여러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하는 연예계의 대표 적인 ‘르네상스걸’ 구혜선을 만났다.

요즘 첫 장편 양화 연출작 ‘요술’ 후반 작업에 한창이라는 그녀의 옷에는 노란색 봄이 묻어 있었다.
“수정 못하게 볼펜으로 그림…틀려도 새 스타일로 여기죠”


- 하는 일이 참 많다. 무엇으로 불리길 원하나.
“(잠시 생각하다)열심히 사는 사람? 뭐라 불러달라고 해야 할지 나도 모르겠다. 조심스럽다. 그냥 오지랖이 넓은 것 같다.”


- 어떤 평가가 당신을 기분 좋게 하나.
“‘참 열심히 산다’는 말이 좋다. ‘얘 도대체 잠은 언제 자냐’는 말도 좋고... 난 워커홀릭인 것 같다. 아무 것도 안하고 있으면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 아닌가’ 싶어 불안해서 가만있지 못한다. 집에서도 집안일 돕고, 키우는 개 다섯 마리를 훈련시키기도 한다.”



사실 요즘 구혜선의 ‘팔방미인’ 같은 활동은 자신의 숨은 재능을 뒤늦게 발견한 것이 아니다. 어쩌면 그녀는 어릴 적부터 르네상스적 인간으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를 좋아했고, 그것을 남에게 보여주는 것을 즐겼다. 동요도 직접 만들어 불렀다.

그녀의 말을 빌리면 “그림을 그리다보면 음악이 떠오르고, 음악을 하다보면 그림이 떠올랐다”고 했다. 중학교 1학년 때인 1997년엔 전국사생대회에서 1위를 하기도 했다.


- 그림은 특이하게 볼펜으로 그리던데.
“물감이 비싸기도 했지만, 어려서부터 볼펜으로 그리다보니 익숙하다. 연필을 그리면서 자꾸 지우게 되니까, 고치지 못하는 볼펜을 썼다. 애초 느낌과 의도대로 그려지지 않아도, 다시 그리지 않고 새로운 스타일로 재창조시킨다는 마음으로 그렸다.”
학교가 싫었던 반항아 “공부보다 직접 경험하는게 좋았죠”


- 가수가 되고 싶어 SM 엔터테인먼트를 찾아갔다고.
“그땐 어떤 명확한 인생의 그림이 있었다기보다, 막연한 동경이었다. 그리고 학교에 가지 않는 것도 좋았다. 학교 공부보다, 경험을 우선하는 체험하는 교육이 좋았다. 주입식보다 실습하는 것이 더 좋았다.”


- 학교가 그렇게 싫었나.
“고1때 학교에 대한 흥미를 잃었던 것 같다. ‘수학을 배워서 어디에서 쓸까’ 이런 생각을 하니까 학교공부에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더구나 어릴 때니까 학교에 대한 반감이 많았던 것 같다.”

구혜선은 학교공부를 가장 열심히 했던 때가 서울예대 방송연예과 1학년 1학기 때였다고 했다. 당시 예대 진학을 반대했던 부모를 생각해 장학금을 받아 학비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학과에서 1등을 했지만, 2학기부터 MBC 시트콤 ‘논스톱5’에 출연하면서 자퇴했다.


- 그래도 교육은 필요하지 않나.
“내가 만약 부잣집에서 태어나 하고 싶은 것 다했더라면, 오히려 사고가 닫혔을 것 같다. 혼자 자유롭게 창작하다보니 그런 걸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하는 방법이 기성교육을 받은 분들에게는 분명 반감이 있을 것이다. 처음 영화 연출을 할 때 ‘그건 안돼’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그런데 나는 ‘왜 안돼요? 하면 되지’라는 대답을 많이 했다. 그래서 ‘유쾌한 도우미’ 스태프들이 제가 하는 것을 보면서 많이 웃었다. 결국은 이상하게 그려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스태프 모두가 ‘하면 된다’가 됐다.”


- 영화 연출을 결심한 계기는.
“MBC 시트콤 ‘논스톱’ 출연할 때, 연기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연출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나에게 맞는 캐릭터를 스스로 만들어 연습하다가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 내가 쓴 시나리오로 다시 연기 연습을 해보고. 그런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연출을 하게 됐다.”


- 이제 27살인데, 감독을 하기에 너무 젊은 것 아닌가.
“2월 말 일본 유바리 영화제 갔는데, 나보다 3살이나 어린 사람이 상을 받았다. 이번 ‘요술’ 스태프들도 거의 나보다 어리다.”
“음악·그림…모든 것은 최고의 영화감독을 위한 것”


- ‘꽃보다 남자’로 지난해 큰상을 받았다.
“‘꽃보다 남자’ 제안을 받고 고민이 많았다. 발랄한 이미지가 고정돼 일부러 사극을 했다. 겨우 진지한 이미지를 만들어 놨는데, 발랄한 소녀로 돌아가야 하나 고민이 컸다. 감독님이 꼭 하자고 해서 출연을 결정했다.”


- 사극 연기가 어색하다는 좋지 않은 시선도 받았는데.
“그 때 당시는 어린 아이가 어른 흉내 내고 싶은 것처럼 나이 들어 보이는 역을 하고 싶어 했다.”


- 얼짱 출신이란 선입견도 많았겠다.
“어찌 됐든 (얼짱으로)득을 많이 봤다. 쉽게 연예계 진출을 하게 됐다. 처음엔 내 연예 생활에 방해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득이 됐다.”


- 앞으로도 많은 일을 계속 할 것인가.
“이 모든 것의 귀결은 영화다. 돌아보면 음악과 소설, 그림 모든 것은 결국은 영화를 위한 것이었다. 영화는 종합예술 아닌가. 그런데 영화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이 음악과 미술이다. 미장센에 목숨을 건다.”

○구혜선은 누구?

1984년 11월9일생. 가수를 준비하다 2003년 YG 엔터테인먼트 양현석 이사의 권유로 연기자로 전향. ‘아이리스’의 연출자 김규태 PD가 연출을 맡았던 KBS 2TV 드라마시티 ‘아나그램’(2004)에 김윤석과 함께 출연하면서 연기자 데뷔. 출세작은 MBC 시트콤 ‘논스톱5’. 이후 ‘열아홉 순정’ ‘왕과 나’ ‘최강칠우’ 등의 드라마에 출연. 2009년 ‘꽃보다 남자’로 스타덤에 오름. 연기 외에 2008년 단편 ‘유쾌한 도우미’로 영화감독 데뷔, 2009년엔 음반과 소설을 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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