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Q|‘팔방미인’ 구혜선의 비밀] 故정승혜 대표·정우성…‘들이대기’로 친해졌죠

입력 2010-03-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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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혜선의 人라인

무작정 찾아가서 절친 인연 맺어
이사오 사사키도 편지 보내 만남


구혜선은 연기자에서 감독으로, 또 음악가로 새로운 장르에 도전할 때마다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았다. 그녀는 친분이 별로 없더라도 일단 무작정 찾아가는, 이른바 ‘들이대는’ 스타일로 그들과 친분을 쌓았다. 구혜선을 ‘르네상스걸’로 만드는데 참여한 사람들을 살펴봤다.

○ 정승혜

구혜선이 감독이 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인물은 지난해 세상을 떠난 영화사 아침의 고 정승혜 대표다. 구혜선은 “지금의 나를 만들어 주신 분”이라고 표현했다. 정 대표는 시나리오를 들고 찾아온 구혜선에게 ‘무조건 해라. 잘 될 것 같지 않지만 일단 한번 깨져봐라. 그리고 또 해라. 또 해서 깨지면 또 해라’고 그녀에게 용기를 주었다. 정 대표는 이준익 감독과 함께 영화 ‘왕의 남자’ ‘라디오스타’ ‘님은 먼곳에’ 등을 제작했다.


○ 정우성

정우성도 ‘감독 구혜선’에게 힘을 주는 사람이다. 구혜선은 ‘유쾌한 도우미’가 여러 영화제에 초청되고 수상하는 등 호평을 받은 후 정우성에게 영화를 CD로 전했다. 정우성은 ‘잘 봤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줬다. 구혜선은 이후 자신의 작품에 관심을 갖는 정우성에게 첫 장편 ‘요술’ 시나리오도 보냈다. 정우성은 ‘호우시절’ 촬영을 위해 중국으로 출국할 때도 구혜선의 시나리오 들고 갔고, 일본에 있던 정우성은 구혜선이 e메일로 보낸 시나리오 수정본을 휴대전화로 다운로드해 볼 정도로 많은 관심과 격려를 보냈다.


○ 전인화

2007년 SBS ‘왕과 나’에 함께 출연했던 인연. 전인화의 조언은 ‘연기자’ 구혜선의 가슴에 가장 깊이 새겨져 있다. 당시 처음 사극에 출연한 구혜선은 NG를 참 많이 냈다. 전인화는 화를 내지 않고 그녀가 잘 할 때까지 말없이 기다려줬고, 구혜선이 연기할 때마다 “틀렸다”고 야단치지 않았다. 단지 “연기는 사람마다 다를 뿐이다. 네가 표현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다만 그걸 사람들이 받아들일 때 호, 불호가 있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이사오 사사키

구혜선은 자신의 영화음악에 도움을 받기 위해 일면식도 없던 일본의 유명 피아니스트 이사오 사사키에게 무작정 음악파일을 보냈다. 그리고 ‘같이 작업하고 싶다’고 편지를 썼다. 이사오 사사키는 구혜선의 용기가 가상했던지, 선뜻 청을 받아들였다. 구혜선은 “그쪽에선 황당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분과 함께 할 기회가 오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야 했다. 내 작품을 계속 보여주고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회는 오지 않는다”고 했다.

○ 14동 미술 선생님

구혜선은 중학교 2학년 때 만난 한 미술과외강사를 지금도 잊지 못했다. 입시 미술학원비가 부담스러웠던 구혜선의 부모는 집 근처 한 아파트 단지의 14동에서 미술교습을 하던 한 여자 강사에게 구혜선을 보냈다. 구혜선은 그 때 미술에 대한 새로운 눈을 떴다. 구혜선은 가치관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그 교사가 선물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생각하기’란 책은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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