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상의 와인다이어리] 보르도 블렌딩의 마술에 빠지다

입력 2010-03-26 12: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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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신사동의 한 연회장에서 재미난 행사가 열렸다. 단일 품종의 와인을 서로 섞어 최종적으로 마실 와인을 만드는 블렌딩(blending) 체험이다.

주최사 보르도와인협회(CIVB)가 ‘보르도 블렌딩 아뜰리에’로 명명한 이번 행사는 보르도에서 왜 블렌딩을 하고, 어떤 효과를 내는지 소비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마련됐는데, 결과는 그야말로 놀라웠다.

블렌딩 체험은 다음과 같이 진행됐다. 행사 참가자들의 자리 앞에는 까베르네 프랑,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쁘띠 베르도 등 4종의 단일 품종 와인이 놓였다.

참가자들은 먼저 메스실린더에 까베르네 프랑 50ml와 까베르네 소비뇽 100ml를 차례로 넣어 총량을 150ml로 만든다. 이걸 잘 섞은 후 잔에 50ml 따른다. 까베르네 프랑과 까베르네 소비뇽의 블렌딩이다. 달콤한 맛이다.

메스실린더에 메를로를 50ml 추가해 섞은 뒤 이 중 50ml를 잔에 따랐다. 이번에는 까베르네 프랑,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의 블렌딩이다. 당도가 줄어든 대신 입에 꽉 차는 느낌이 좋아진다.

마지막으로 쁘띠 베르도 11ml를 메스실린더에 넣어 섞은 후 50ml를 잔에 부었다. 까베르네 프랑,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쁘띠 베르도 등 4종을 모두 섞으니 타닌과 산도가 조화를 이룬다. 입 안에 감기는 느낌까지 근사하다.

25일 열린 ‘보르도 블렌딩 아뜰리에’ 행사에서 블렌딩을 직접 하고 있는 이인순 WSET 대표강사. 블렌딩을 통해 보르도 와인은 우아함과 복합미가 만들어진다.


맨 처음 까베르네 프랑 한 종으로 된 와인을 마실 때 떫기만 했던 느낌은 전혀 찾을 수 없고, 완전히 새로운 와인이 만들어졌다. 마치 마술 같다.

옆 자리에 앉은 알랭 비로노 CIVB 회장이 “좋죠?”라고 물어오자 기자는 “근사한 맛이다. 와인메이커가 된 듯한 느낌이다”고 대답했다. 이날 전시된 ‘2010 보르도 와인100선’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맛에 왠지 우쭐해진다. “당장 프랑스로 넘어가 와인을 만들 수도 있겠다”고 하자 알랭 비로노 회장은 “보르도에서는 이런 블렌딩 작업을 수십 여 차례 이상 한다. 하면 할수록 과정이 더 복잡하다”고 설명한다.

보르도 와인은 대부분 블렝딩 와인이다. 보르도 와인의 라벨에 품종이 표시되지 않은 건 여러 품종을 블렌딩했기 때문이다. 알랭 비로노 회장은 “브렌딩했기 우아함이 만들어지고, 복합미가 생기고, 부드러운 벨벳감을 주는 거다”고 설명했다. 이 말에 블렌딩을 실제 경험한 참가자들은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임명주 소펙사(프랑스농식품진흥공사) 소장은 “보르도 와인은 단일 품종을 갖고 오기 힘들다.

그래서 블렌딩 체험은 정말 귀한 기회다. 블렌딩을 통해 맛이 어떻게 변화하고, 밸런스를 찾아가는 지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KISA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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