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 여유… 긴장… 표정으로 본 김연아

입력 2010-03-30 09:2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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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노 세계피겨선수권대회를 끝으로 2009∼2010시즌이 막을 내렸다.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건 ‘피겨퀸’ 김연아(20·고려대)에겐 아주 특별한 시즌이었다. 올 시즌 김연아는 5개 대회에 출전했다. 본보는 올 시즌 김연아의 경기를 모두 현장에서 지켜보며 영광의 순간과 힘든 시간을 함께했다. 김연아는 자신의 표정에 모든 감정을 담아낸다. 감추는 법이 없다. 표정만으로도 김연아의 그날 기분과 생각이 느껴진다. 올 시즌 표정으로 본 김연아와 뒷이야기들을 살펴봤다.》

 


[1] 시즌 첫 대회. 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김연아의 모습은 ‘설렘’ 그 자체였다. 자신의 기량이 어느 정도인지, 얼마만큼 보여줄 수 있는지 모든 것들이 설레어 보였다. 자신감도 넘쳤다. 우승을 했지만 아쉬운 표정이었다. 좋아하는 파리에 왔는데 여행을 하지 못한 게 서운하기도 했다. “여기저기 다녀보고 싶었는데 너무 안타까워요.”

[2] 레이크플래시드까지 처음으로 비행기가 아닌 차로 이동했다. 8시간 동안의 자동차 여행. 도착 직후 가진 인터뷰에선 너무 편해 보였다. 갓 여행을 마친 사람의 표정이었다. 김연아와 같은 호텔에 묵으면서 몇 번 아침식사를 함께했다. 김연아는 웃고 농담도 하며 분위기를 즐겁게 이끌었다. 자신이 정한 양만 먹고 그 이상은 입에 대지 않을 정도로 자기 관리도 철저했다. 관계자가 나이 차가 많은 기자의 호칭을 바꿔 보는것에 대해 제안을 하자 김연아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말했다. “기자님 대신에 아저씨 어때요. 하하.”

[3] 힘든 대회였다. 김연아의 표정을 보면 ‘나 힘들어’라는 것이 느껴졌다. 쇼트프로그램이 끝난 뒤 인터뷰에서 한 일본 기자가 공격적인 질문을 퍼부었다. 김연아의 실수 부분만 집중적으로 물었다. 당시 국내 취재진은 기사 마감시간 때문에 거의 참석하지 못했다. 김연아가 일찌감치 불참을 선언했던 4대륙 선수권대회 얘기도 대회 기간 내내 나왔다.

 


[4]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신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기쁜 표정은 아니었다. 이제 막 목표의 중간을 지났을 뿐이라는 표정이었다. 그랑프리 파이널 때 일본 기자의 인터뷰를 의식해서인지 인터뷰는 극도로 자제했다. 경기가 끝난 뒤 한국 선수단의 밤 행사에 참석한 김연아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몰려드는 사인과 사진 공세에 지친 표정이었다. 행사장 구석에 잠시 피해 있던 김연아는 “금메달 따는 것보다 더 힘들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5] 평소의 김연아가 아니었다. 대회 성적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긴장이 풀어졌음이 역력했다. 빨리 경기가 끝나기만 바랐던 김연아는 그토록 고대하던 휴식을 취했다. 쇼핑도 하고 먹는 것도 마음껏 먹으며 하루를 보냈다. “많이 먹어서 살 쪘다고 뭐라 하지 마세요.”


“은퇴 아직 고민… 10년뒤엔 코치 할수도”
“‘프리’ 경기 직전까지도 타다 안되면 포기 생각”

■김연아 갈라쇼 마치고 인터뷰

지난달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보다 더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김연아는 29일 갈라쇼가 끝난 뒤 국내 취재진과 만나 30분간 대회 소감과 진로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올림픽 이후 김연아는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강심장’으로 불리는 그이지만 “이렇게 힘들지 몰랐다. 올림픽 챔피언인데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된다는 생각에 두려웠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포기’라는 단어를 모르지만 이번 대회는 달랐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이 끝난 뒤 괜히 왔다 싶었다. 다음 날 아침 연습 때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 경기 직전까지 ‘타다가 안 되겠으면 그만두고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경기 직전 워밍업 동안 안정을 되찾았다”고 털어놓았다.

올 시즌 자신의 목표를 이룬 김연아는 이제 진로에 대해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김연아는 “선수로 계속 뛰든지, 아니면 공연에 나서며 학교생활을 병행하는 길이 있을 것이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선수 생활을 더 하겠다고 결정한다면 지금의 실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일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경기를 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더 하기 싫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10년 뒤 계획도 살짝 내비쳤다. 김연아는 “10년 뒤에도 스케이트를 탈 수 있을 것 같다. 살만 찌지 않는다면 말이다”라며 “곽민정과 짧은 시간이지만 같이 연습을 했는데 알려주고 싶은 게 많다. 그런 것을 보면 코치를 해보고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토리노=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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