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받고 있으니 신경 쓰이고, 게임 출시하자니 난감
4월3일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고 있던 애플의 '아이패드'(iPad)가 북미 시장에 출시됐다. '아이폰'을 3개 붙여놓은 제품이라는 비난 속에서도 묵묵히 출시를 준비한 '아이패드'는 많은 전문가들의 우려와 달리 출시와 동시에 순풍에 몸을 실은 배처럼 빠르게 판매되고 있다. 출시 3일만에 70만개가 판매될 정도로 '아이패드'의 인기는 압도적이다.하지만 여전히 '아이패드'는 여러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다. 기능면에서 전혀 강화되지 않았으며, 터치 스크린을 활용한 키 입력은 커지긴 했지만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아이패드'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아이폰'이랑 다른 점이 없다는 비난도 점점 강해지고 있다. 이런 시장 상황 때문에 곤란한 곳은 또 있다. 바로 게임 업체다.
<주목은 받고 있지만, 정말 출시해야 할까?>
이런 게임 업체의 고민은 '아이패드'가 가진 애매한 포지션 때문에 생기고 있다. 그동안 휴대용 게임기인 PSP, NDS와 함께 경쟁 할 수 있었던 '아이폰'은 게임 업체 입장에서 새로운 플랫폼이었고 도전해 볼만한 시장이었다. 특히 어플리케이션 시장은 그동안 휴대용 게임 시장의 한계점을 극복하는 소재로 주목 받아왔다. 결과 역시 뛰어났다.
그러나 '아이패드'는 사정이 좀 다르다. 일단 휴대용 게임기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큰 크기를 자랑한다. 그러나 최근에 나온 노트북이나 넷북 사양에 비하면 그리 좋다고 보기 어렵다. 최적화나 여러 가지가 잘되어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스펙 자체가 낮기 때문에 단순 이식작이 나올 경우라면 모르지만 그 이상의 게임을 내기에는 분명히 한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입력 체계도 좋다고 보기 어렵다. 이미 터치 스크린으로 게임을 즐기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낀 사람들은 '아이패드'로 나오는 게임들 대부분이 불편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물론 '아이패드' 출시 전부터 나온 게임들에서도 이런 평가는 나오고 있다. 물론 익숙해진다면 그리 큰 문제는 아니며, '아이패드'의 특징을 살린 게임이 나온다면 이런 평가도 좀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초반 단점으로 지적되는 점은 피하기 어려울 듯 하다.
마지막으로 크기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게임을 즐겨본 리뷰어들은 대부분 장시간 즐기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단 크기로 인해 들고 즐기기 어렵고, 들고 해도 무게 자체가 어느 정도 나가기 때문에 몇 십분 즐기면 내려놔야 한다고. 기존의 '아이폰'이 가진 휴대성의 특징과는 반대되는 성향을 가졌다는 것이다.
<단점 속에서도 판매량만 보면 고개가 돌아가는..>
이런 단점 속에서도 게임 업체는 '아이패드'에 대한 관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아이패드'를 잘활용하면 기존 '아이폰'을 넘어선 게임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성능적인 부분이 아니라 지금의 크기와 형태를 활용한 게임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RTS 게임이나 넓은 화면을 활용하는 게임의 경우 '아이폰'보다 확실히 유리하다.
그리고 지금의 폭발적인 반응은 게임 업체 입장에서 버리기가 참 어렵다. 충분한 하드웨어 보급량만 있다면 어느 정도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불법 문제로 골 머리를 앓고 있는 다른 휴대용 게임기들에 비한다면 그나마 '아이패드'는 그런 부담이 덜하다. 물론 최근 해킹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만 아직 그런 걱정을 논할 정도는 아니다.
새로운 타겟층을 공략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이패드'와 '아이폰'의 사용자들은 비슷한 점이 있지만 어플리케이션 구매 고객 층에서는 차이점을 보인다. '아이패드'만에 특화된 어플리케이션부터 게임까지 나온다면 기존 '아이폰'에서 내지 못했던 색다른 구매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패드'가 새로운 미래를 보여줄까? 아님 또 다른 망작이 될까?>
이런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전문가들은 엇갈리는 의견을 내고 있다. 한쪽에선 '아이폰'의 성공과 '아이패드'의 성공은 다른 문제이고, 지금 수준의 '아이패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고 있으며, 반대로는 '아이패드'가 새로운 시장과 수요층을 만들어낼 수 있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것으로도 보고 있다.
어떤 것이 진실일까. '아이폰'의 등장으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시장에 자사의 이름을 확실하게 알린 애플 입장에서 '아이패드'는 버리기 힘든 카드가 분명하다. 매번 새로운 시장부터 획기적인 시도로 주목 받았기 때문에 이번 '아이패드'는 성공을 꼭 거둬야 한다. 애써 쌓은 애플이라는 성이 '아이패드'로 인해 무너지면 안되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패드'의 성공이나 실패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결정이 나는 문제다. 그러나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점은 이번 '아이패드'의 성공, 또는 실패는 전 세계 IT 시장 내 여러 가지 상황을 몰고 올 충분한 여건을 가지고 있다. '아이패드'의 성공은 새로운 시장을 이끌어내게 될 것이고, 반대로 실패는 타블렛 PC는 역시 안된다는 인식부터 크게는 e북 시장까지 흔들리게 만들 수 있는 파급력을 가졌다. 그것이 지금의 애플이다.
김동현 게임동아 기자 (game@gamedong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