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으로 사회 봉사 활동에 앞장서는 연예계 스타들이 늘고 있다. 과거에도 스타들이 ‘선행’이라는 이름으로 기부나 봉사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일회성 움직임이 아닌, 다양한 분야에서 조용하고 꾸준하게 기부 및 봉사 활동에 기꺼이 참여하고 있다. 이는 사회와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몫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물론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사회적 관심에 편승해 또 다른 이익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스타들이 기부 및 봉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서도 이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 것도 그런 배경이 강하게 작용한다. 연예계 스타들의 적극적인 사회 기여 움직임을 가리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에 빗대 ‘엔터테이너 오블리주’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비교적 화려한 지위에 오른 스타들의 갖은 선행 활동은 그 자체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이름에 값하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 세계식량기구(WFP)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장동건의 행보를 중심으로 스타들의 이 같은 사회 기여 활동을 살펴봤다.
낙후된 라오스서 기아체험 8박9일
빈곤 퇴치 다큐 제작 세상에 SOS
법인설립, 기아퇴치 상품개발 꿈
장동건은 3월 말 8박9일 일정으로 동남아시아의 라오스를 방문하고 1일 돌아왔다. 동남아시아의 낙후된 지역 가운데 하나인 라오스의 농촌 마을에서 봉사활동을 한 것이다. 남부 지역의 한 마을에서는 현지 주민들의 힘겨운 일상을 짧게라도 경험하기 위해 주민들과 이틀을 함께 먹고 잤다. 장동건의 이런 참여 활동은 식량원조와 긴급구호 활동을 펼치는 세계식량계획(WFP) 홍보대사 자격으로 진행됐다.
장동건은 2008년 12월 WFP의 홍보대사로 위촉된 이후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꾸준히 기아 및 빈곤 퇴치를 위한 일반의 관심을 촉구했고, 최근에는 대지진 참사를 겪은 아이티에 사랑의 손길을 펼치자는 호소를 했다. 장동건의 라오스행이 더욱 눈길을 모으는 것은 그가 앞으로 펼칠 다양한 봉사 및 사업 등 사회 기여 활동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선 기아 및 빈곤 퇴치를 위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그는 다큐멘터리 감독인 강경란 PD와 손을 잡았다. 강경란 PD는 KBS 1TV 특별기획 ‘인간의 땅’으로 올해 한국 프로듀서 대상에서 ‘올해의 PD상’을 받은 분쟁 및 빈곤 지역 전문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이미 지난 해부터 구체적인 기획에 들어가 벌써 수개월째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라오스행은 봉사 활동과 함께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한 예비 촬영 및 현지 답사를 겸한 것이다. 특히 이 다큐멘터리 제작은 WFP와 공동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동건의 소속사인 에이엠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13일 “이번 라오스 촬영을 시작으로 이제부터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 “(다큐멘터리 제작에 관해) 앉아서 논의만 하는 것보다는 현지에 가서 직접 보고 나면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것으로 생각해 서둘러 살펴보고 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조만간 강경란 PD 등 제작진과 제작 일정 및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한 촬영 국가 선정 등에 관해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 빈곤 퇴치 다큐 제작 사회 기부…봉사법인설립도 검토
장동건은 이번 다큐멘터리가 완성되면 공익 혹은 사회 기여 활동을 위한 목적으로 ‘기부’할 예정이다. 물론 여기서 ‘기부’란 단순히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이를 지상파 등 방송사에 판매해 그 수익금을 내놓는다는 것을 포함한다.
하지만 장동건이 구상하는 것은 더 크고 적극적이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이를 TV 방영 혹은 극장 상영 등의 형태로 공개한 뒤, 빈곤 및 기아 퇴치에 대한 일반의 관심을 높이는 게 첫 번째 과제. 장동건 측은 이를 기반으로 더욱 장기적이고 폭넓은 사회사업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제작을 통해 얻는 물질적 수입은 물론 사회적인 관심 확대와 봉사 참여 등 다양한 성과를 발판으로 그 다음 단계 사업으로 확장해간다는 계획이다.
장동건의 한 측근은 이와 관련해 “이를테면 기업과 연계해 빈곤 및 기아 퇴치를 위한 상품을 개발해 유통하는 등 관련 사업을 전개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장동건 측은 별도의 법인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 장동건의 이러한 사회 참여가 최근에 시작된 것은 아니다. 물론 WFP 홍보대사를 맡으면서 사회적인 책임과 사명감을 느끼고 있지만, 이미 그 이전부터 많은 봉사활동 및 기부 등을 해 왔다.
장동건은 2001년 사후 각막기증 서약을 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자신의 것을 내놓는 데 아낌이 없었다. 얼마전에는 김승우, 지진희, 공형진, 이하나 등과 함께 프로젝트 그룹 ‘액터스 초이스’의 이름으로 ‘WE’라는 노래를 발표하고 그 음반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소속사 관계자는 “장동건은 연예인의 기존 사회활동이 기부 등 단순 참여에 그치고 지속성이 없다는 아쉬움을 갖고 있었다”면서 “그래서 앞으로 배우로서 활동하는 동안 사회에 광범위하게 기여하는 의미 있는 삶에 대한 고민과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행보는 사회공헌 및 봉사 활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에 최종 목표를 두고 있다. 관계자는 “장동건이라는 이름을 통해 대중들이 지속적인 기부 및 사회 기여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이다”고 밝혔다. 장동건의 이런 행보와 계획이 당초 구상대로 이루어진다면 그와 팬들 그리고 거기서 영향을 받은 대중이 걸어갈 길은 스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또 다른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 노블레스 오블리주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사회적으로 높은 신분과 위상, 지위에 걸맞은 도덕적 의무’를 뜻한다. 초기 로마 시대 귀족 등이 펼친 기부와 헌납 등의 희생 혹은 모범적 삶에서 유래한 말이다.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와 신분이 가져다주는 갖은 혜택과 위상에 어울리는 도덕성에 밑바탕을 두고 그보다 낮고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는 지위의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받은 혜택을 돌려주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