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포커스] 민준호 “아버지 후광엔 기대지 않죠”

입력 2010-04-15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중견 탤런트 민지환의 아들인 민준호. 그는 영화 ‘조우’에서 주연을 맡은 데 이어 연극 ‘악몽의 엘리베이터’에서는 아버지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

중견 탤런트 민지환의 아들인 민준호. 그는 영화 ‘조우’에서 주연을 맡은 데 이어 연극 ‘악몽의 엘리베이터’에서는 아버지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

■ 영화 ‘조우’로 첫 주연 민준호

나의 아버지는 중견 탤런트 민지환
연기 대물림하기 싫어하셨지만
미국 유학생활 중 연기가 하고 싶어 돌연 귀국
피는 못 속이나 봐요


이름과 얼굴은 아직 낯설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듯 쌓아온 경력과 이력은 여느 배우들의 것 못지않으니 그의 출현이 심상찮다.

배우 민준호. 고교 1학년 때인 1990년대 초중반, 엉뚱하게도 미국에서 경찰관으로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폴리스 아카데미’ 입학을 목표로 뉴욕 고교에 입학해 유학했다. 하지만 꿈은 현실화할 수 없었다. 외국인의 경우, ‘영주권 취득자’만 경찰학교 입학이 가능했음을 미처 알지 못했다. 그러니 ‘엉뚱했다’ 할 밖에.

그 뒤 얼마 동안 현지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이내 한국으로 돌아왔다. 고교 시절엔 부모의 허락 아래 유학을 갔지만 돌아올 땐 “무작정이었고 부모님에게는 비밀”이었다. 어느 날 불현듯 연기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그저 간절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러고는 여관방을 잡아두고 연극영화과 입시를 준비했다. 하지만 “비밀”은 오래가지못했다. 기어이 부모에게 귀국 사실을 들켜버렸고 당연히 “집안엔 난리가 났다”.



“시험만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말씀드렸다. 떨어지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가 연기를 택하기까지, 또 그의 이런 막무가내를 부모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것에는 어떤 까닭이 있었던 걸까.

바로 그의 아버지다. 중견 탤런트 민지환. 1970년대 이후 숱한 드라마 속에서 주연했고 영화 ‘태풍’과 ‘디워’ 등에 출연하기도 한 그가 바로 민준호의 아버지다. 아버지는 어렵고 힘겨웠던 자신의 연기 생활을 대물림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민준호는 연기자 아버지의 피를 고스란히 이어받은 셈이 됐다.

결국 아버지는 아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이후 민준호는 서울예대 연극과에서 공부 했다. 그리고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과 ‘로스트 인 욘커스’ 등에 출연했다. 영화 ‘뚝방전설’과 ‘주문진’ 등에도 모습을 내비쳤다. 2003년 뮤지컬 ‘명성황후’의 미국 뉴욕 공연에도 참여해 다재다능한 면모를 보였다.

그도 영화 ‘태풍’에 등장한다. 하지만 어렵사리 오디션을 통과한 덕분이었다. 자칫 ‘아버지의 영향이 아니냐’는 시선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그 자신은 “제작사가 아버지를 섭외하려 ‘배우 민지환 씨 댁이냐’고 묻는 전화를 해오지 않았다면 아버지의 출연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고 고개를 젓는다.

그 만큼 아버지의 ‘후광’에 기대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지금까지 “그리 많은 작품의 오디션에 응하지는 못하지만 캐스팅된 확률은 비교적 높았다”는 자부심 아닌 자부심으로 자신의 능력을 자신하고 있다.

그런 능력으로 그는 임태형 감독의 영화 ‘조우’에 주연으로 얼굴을 내민다. 5월 칸 국제영화제에도 출품할 것으로 보이는 ‘조우’는 한때 천재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제는 일없이 지내는 감독이 한 편의 영화를 찍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그는 감독 역으로 카메라 앞에 나섰고 어엿한 주연배우 자격으로 올해 여름 극장 무대에 오르게 됐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양회성 기자 yah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