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효리. [사진제공=M.net]
그녀가 꿈꾸는 것들
새앨범 1000곡 받아 20곡 ‘콕’
직접 프로듀싱하느라 두달 금주
진탕 마시고 푹 자고 싶어∼
결혼은? 3년안에 꼭!
그때도 난 ‘댄싱퀸’ ㅋㅋ
“댄스는 내 운명…난 죽는 순간까지 섹시하고 싶어”
댄스 음악으로 일가를 이룬 여가수들은 종종 팝스타 마돈나에 비교되곤 한다. 1958년생인 마돈나는 올해 만으로 52세.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20대 스타 못지않은 열정적인 라이브 무대를 보여주고 있다.
이효리는 “물론 우리에게도 (엄)정화 언니가 있다”고 웃으면서 “너무도 그렇게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노력만으로 될 수 있다면”이란 전제를 붙이긴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나이가 50세를 넘어도 댄스 음악을 하는 여가수가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게 바로 나였으면 좋겠다”고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이효리가 최근 발표한 4집 앨범 ‘에이치 로직’(H Logic)은 30대 이효리의 ‘서막’이란 점에서 큰 관심이 쏠렸다. ‘서른 넘은 이효리가 댄스 음악을 할 수 있을까’부터 ‘이제는 새로 무엇을 보여줄 게 또 있을까’까지….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해봤다”고 자신 있게 말한 그녀. 때문인지 새 음반은 2008년 3집 발표 후 1년9개월 만에 빛을 보게 됐다. 우리 나이로 서른두 살이 된 이효리는 그렇게 가요계의 ‘종신 여제’를 꿈꾸고 있었다.
- 새 앨범에 실린 노래 수가 많다.
“14곡이다. 이외에 리패키지 음반에 담을 미발표곡 6곡이 더 있다. 1000곡을 작곡가들에게 받아서 20곡을 추린 것이다.”
- 그럼 이효리 앨범에 수록되려면 경쟁률이 50대1이란 말인데….
“욕심을 너무 낸 것 같다. 지난 3집 앨범은 200곡 정도를 받아 추렸었는데….”
- 과거 음반과 새 앨범의 가장 큰 차이는.
“힙합? 국내 가요의 트렌드가 힙합은 아니지만,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장르였다. 과거에는 대중을 더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 하고 싶은 음악보다는 인기가 더 있을 것 같은 노래를 선택했다고 할까. 기획사 입김도 많이 있었고….”
- 아이돌 신드롬과 맞물려 반복되는 리듬과 멜로디를 강조하는 후크 송이 대세이다.
“과연 아이돌하고 같은 음악을 해서 승산이 있을까. 그래서 힙합으로 승부를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후크 송처럼) 매일 나오는 음악이 개인적으론 식상하다는 느낌도 있었다. 패션이 그렇듯이 음악도 돌고 돈다. 이는 힙합을 택한 이유이기도 했다.”
- 노래 ‘유-고-걸’처럼 이번 타이틀곡 제목도 독특하다.
“새 노래 ‘치티치티 뱅뱅’을 해석하자면 ‘뛰뛰빵빵’ 정도가 되겠다. 한마디로 ‘비켜라’는 뜻이다. 이효리가 간다, 비켜라 정도? (웃음)”
- 이효리면 알아서 비킬 텐데….
“노래 ‘치티치티 뱅뱅’은 앨범 작업 막바지에 찾았다. 노래를 받고 가사를 직접 쓸 당시 내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고백하면 새 앨범을 두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가사는 10분 만에 썼다.”
- 죽을 때까지 섹시하게 보이고 싶다 했는데.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섹시함의 의미는 변했다. 과거 ‘유-고-걸’에선 밝고 귀여운 느낌의 섹시함을 보이려 했다면, ‘치티치티 뱅뱅’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섹시함을 보여주려고 했다. 뻔한 여자보다는 거친 여자라고 할 수 있겠다.(웃음)”
- 새 노래 가운데 발라드가 3곡이나 된다. 20대 이효리와 30대 이효리의 ‘오버랩’인가.
“정확하게 봤다. 이효리가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음악의 맛보기다. 30대가 되니 진정성 있는 노래를 표현하는데 훨씬 유리해진 느낌이 든다. ‘치티치티 뱅뱅’에 앞서 공개한 ‘그네’의 경우 청승맞은 느낌을 살리려니 맨 정신에는 못 하겠더라. 샴페인 한잔 마시고 노래를 불렀다.”
- ‘치티치티 뱅뱅’의 뮤직비디오에 외계인이란 독특한 설정을 끌어들였다.
“내 아이디어다. 패션 때문이었던 것 같다. 외계인이니까 제 멋대로 스타일링을 할 수 있지 않겠나. 새로운 룩을 보고 누가 뭐라 하면 ‘외계인이잖아’ 이렇게 대답하려고…. 그런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 여자로서 제2의 인생도 고민할 법한데, 이를테면 결혼 같은 것이다.
“마흔이 될 때까지 안할 생각은 않다.(웃음) 35살 정도, 아니 35살 안에는 하고 싶은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론 이번 앨범이 잘돼야겠다. 서른이 넘은 댄스 가수도 계속 할 수 있다는 것, 결혼해서도 계속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이번 앨범의 성패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32살에도 했는데, 35살이라고 못 하겠어?’라는 생각이랄까.”
- 프로듀서로 앨범을 직접 만들었다. 열심히 일한 자신에게 주고 싶은 선물은.
“앨범이 나왔고 이젠 첫 방송이 남았다. 잘 치르고 나면, 나에게 술 선물을 해주고 싶다. 작업 때문에 두 달간 못 먹었다. 진탕 술을 마시고, 잠도 푹 자고 그러고 싶다.”
■ 이효리
1979년생인 이효리는 걸 그룹 ‘핑클’의 멤버였다. 1998년 핑클 1집 ‘블루 레인’으로 데뷔한 후 2002년 4집 앨범 ‘영원’으로 활동하며 남녀 팬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2003년 ‘스타일리쉬 이효리’를 통해 솔로 가수로 활동했다. 그녀는 ‘시대의 아이콘’으로 불릴 만큼 큰 파급력을 가졌고, 2005년에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에 2년 연속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가수는 물론 각종 방송을 통해 최고의 인기를 받으며 ‘CF 퀸’으로 활약했다. 지난해에는 예능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를 통해 SBS 연예대상도 받았다.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