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베이스볼] 2010 프로야구 같은 이름 다른 사람 25쌍이 함께 뛴다…동명이인 전성시대

입력 2010-04-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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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큰 이병규-작은 이병규. [스포츠동아 DB]

LG이병규가 이 병규요? 저 병규요?
최근 프로야구에서는 “같은 이름 선수는 한 팀에서 뛰지 못하도록 규약을 바꿔야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들린다. 유난히 같은 이름의 선수가 같은 팀에서 활약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전광판에 뜬 이름만 보고는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한마디로 동명이인(同名異人) 전성시대다.

롯데 좌준혁과 우준혁으로 불리는 2명의 허준혁. [스포츠동아 DB]



○이병규와 이병규, 허준혁과 허준혁

올 시즌 LG는 2명의 이병규를 보유하게 됐다. 그것도 같은 좌타자에 외야수. 둘이 동시에 선발출장하면서 전광판 선발 라인업에 똑같은 이름이 오르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LG는 지난 15일 잠실 삼성전부터 이들의 이름 앞에 등번호(작은병규 24번, 큰병규 9번)를 표기하기 시작했다.

롯데도 동명이인 투수 허준혁이 화제다. 지난해까지는 우완 허준혁(25)만 1군에 뛰었지만 지난해 입단한 좌완 허준혁(20)이 최근 1군에 올라왔다. 이들의 이름은 한자(許埈赫)까지 똑같다. 둘 다 투수여서 선발 라인업에 동시에 포함될 일은 없지만 허준혁에 이어 허준혁이 등판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SK의 동명이인 투수인 작은 이승호와 큰 이승호. [스포츠동아 DB]



○SK는 동명이인만 3쌍, 8개구단 최다

SK는 같은 이름이 3쌍(6명)이나 된다. 우선 마무리투수 좌완 이승호(29)와 LG에서 건너온 좌완투수 이승호(34)를 꼽을 수 있다. 간판타자 김재현(35)에다 지난해부터 공익근무를 하고 있는 군보류 선수 김재현(23)도 있다. 둘 다 외야수. 박정환도 2명이다. 내야수 박정환(33)과 지난해 성균관대 졸업 후 신고선수로 입단한 외야수 박정환(24)이 주인공이다. LG는 같은 이름이 2쌍(4명)이다. 2명의 이병규가 있고, 내야수 정성훈(30)과 두산에서 방출된 뒤 LG 유니폼을 입은 사이드암 정성훈(33)이 한솥밥을 먹고 있다.

두산은 김현수가 2명이다. ‘타격머신’ 김현수(22)와 올해 신고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김현수. 둘 다 신고선수 신분을 경험한 것도 이채롭지만 새로 영입한 김현수(26)는 1군 김현수의 신일고 4년 선배. 투수였던 그는 2002년 삼성에 입단해 2007년 방출되면서 2008년과 2009년 애틀랜타 마이너리그(더블A 미시시피 브레이브스)에서 뛰기도 했다. 이번에 두산에 신고선수로 입단하면서 투수에서 외야수로 전향했다.


○2010년 프로야구, 동명이인 무려 25쌍

올 시즌 KBO에 등록된 선수와 신고선수, 군보류선수 명단을 조사해보니 2명 이상 같은 이름을 쓰는 선수가 무려 25쌍(51명)이나 됐다(표참조). 역대로 이처럼 동명이인이 많은 적은 없었다. 이렇게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데는 올해 유난히 기존선수 이름과 같은 신인선수가 많이 입단했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이름은 김재현으로 총 3명이다. SK 2명에다 한화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좌완투수 김재현(31)도 포함됐다. 한화 김재현은 대전고 졸업 후 98년 한화에 입단한 뒤 2005년 LG로 트레이드됐지만 방출돼 올해 다시 신고선수 신분으로 친정팀을 찾았다. LG 시절, LG에서 떠난 SK 김재현 킬러로 활약하기도 한 인물이다.


○동명이인의 원조 ‘큰 근식’과 ‘작은 근식’

선수층이 얇았던 프로야구 초창기만 해도 동명이인은 그야말로 화제였다. 1982년 OB에 이근식이 2명이 있었는데, 이들의 이름은 한자(李根植)도 똑같았다. 그래서 ‘큰 근식’과 ‘작은 근식’으로 구별했다. 공주고 출신의 큰 근식은 첫해 20경기에 출장해 27타수 5안타(타율 0.185)의 성적을 남긴 뒤 은퇴했고, 한양대 출신의 작은 근식은 1986년까지 1군무대에서 뛰었다. 원년에는 비슷한 이름만으로 눈길을 모았다. 특히 MBC 포수 김용운(작고)과 이름이 비슷했던 내야수 김용윤은 김바위(현 SK 원정기록원)로 개명해 또 한번 화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역대 최다 동명이인은 누구? 김정수 무려 7명

원년부터 지금까지 1군에서 1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를 분류해보니 김정수가 7명으로 가장 많았다. 1982년 롯데 원년 멤버로 86년 청보 시절까지 활약한 좌타자 김정수(전 히어로즈 타격코치)가 먼저 자리를 잡았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1985년 교통사고로 작고한 MBC 김정수, 해태의 우승신화를 쓴 ‘까치’ 좌완투수 김정수, 현 삼성 1군 김정수 매니저 등이 1980년대를 장식했다. 여기에 쌍방울 김정수(93∼96), KIA에서 2007년 3경기에 나선 뒤 방출된 좌타자 김정수도 포함됐다. 김상현 김재현이 4명씩으로 뒤를 잇는다.


○동명이인 선발 맞대결

프로야구 역사상 동명이인 선발투수 맞대결은 딱 4차례 있었다. OB 김상진(현 SK 코치)과 해태 김상진(작고)은 1996년과 1997년 2차례 맞대결을 벌였는데, 모두 해태 김상진의 승리. SK 이승호-LG 이승호(현 SK)도 2003년과 2004년 만나 1승씩을 나눠가졌다. 또한 동명이인 투수가 같은 날 다른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된 적도 4차례 있었다. 1995년 7월 25일 LG 이상훈 선발승(잠실 태평양전)과 삼성 이상훈 구원승(대구 한화전), 1996년 7월 17일 해태 김상진 선발승(사직 롯데전)과 OB 김상진 구원승(잠실 쌍방울전), 2002년 6월 16일 LG 이승호 구원승(청주 한화전)과 SK 이승호 구원승(대구 삼성전). 동시 선발승은 2004년 8월 12일 LG 이승호(잠실 한화전)와 SK 이승호(문학 현대전)가 유일하다.


○같은 팀, 같은 포지션, 같은 한자…갖가지 분류법

동명이인이 많아지다 보니 이를 구분하기 위한 아이디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같은 팀, 같은 포지션, 같은 한자 이름이 가장 골치 아프다. 일반적으로 각 팀 관계자들은 과거 ‘큰 근식’ ‘작은 근식’ 사례에 맞춰 ‘큰’과 ‘작은’으로 구별해 부르고 있다. 대부분 선배가 키가 크다. 그러나 후배의 키가 크면 그것도 곤란하다. 그래서 롯데는 좌준혁과 우준혁으로 부르고 있다. KBO 기록원들은 공식기록지에 선수명을 한자로 표기하는데, 같은 포지션 선수끼리 한자까지 같을 경우 등번호를 써넣는 방법을 고안했다. 과거 두산의 40번 정재훈과 41번 정재훈이 이같은 사례다. 최근 허준혁도 마찬가지. 통계기록전문회사 스포츠2i에서는 선수 이름별로 코드를 넣어 구별하기 때문에 오히려 간단하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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