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가면 자루 아홉을 가지고 온다’는 속담이 있다.
친정 가서 이것저것 다 집어가는 얄미운 딸을 이르는 말로, K리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원 소속팀만 만나면 힘을 발휘하며 ‘친정’에 아픔을 주는 선수들이 점점 늘고 있다.
● 부메랑 효과에 울다
5일 전남 정인환은 자신을 프로에 데뷔시켰던 전북을 상대로 골을 넣었다. 같은 날 울산의 오범석 또한 자신이 활약했던 포항 골문에 동점골을 작렬시켰다. 수원은 김호 감독 시절 코치를 맡았던 왕선재 감독이 이끄는 대전에 홈에서 0-0 무승부를 기록, 부진 탈출에 실패했다.
이밖에 광주의 김정우와 서울 김용대는 각각 울산과 성남을 상대로 ‘부메랑 효과’를 제대로 보여줬다. 특히 리그 최하위 수원은 ‘부메랑 효과’에 머리가 아프다. 지난달 25일 제주전에서 배기종에게 골을 허용했고, 1일 전남전에서는 정윤성에게 추가골을 허용했다.
배기종과 정윤성 모두 수원에서 프로에 입문한 선수들이다.
● 이적시장 활성화로 늘어난 ‘부메랑 효과’
이적시장이 활발해지고 자유계약선수(FA)제도가 자리 잡으면서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다. 5년 전 만해도 대부분의 팀은 선수를 주고받는데 굉장히 보수적이었다. 감독들이 ‘부메랑 효과’를 우려해 팀에서 쓰지 않을 선수도 다른 팀에 임대해주거나 이적시키는 것을 꺼렸다.
그러나 최근 이적시장이 활성화됐고, FA자격을 얻어 이적료 없이 팀을 옮기는 사례도 많이 나오면서 친정을 떠나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또한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이적료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팀간 트레이드가 대거 성사됐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친정팀을 상대하는 선수들의 수도 늘었고, ‘부메랑 효과’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 K리그 라이벌 수원-서울 “부메랑은 없다”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리버풀, 아스널 등 ‘빅4’로 불리는 팀간 선수 이적은 거의 허용되지 않는다. ‘부메랑 효과’를 우려해 라이벌 클럽들은 서로 선수를 주고받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K리그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바로 최대 라이벌 수원과 서울이다. 2006년 백지훈을 트레이드 한 이후 두 팀은 선수를 주고받지 않고 있다. 서울은 당시 일본 진출 이야기가 나오던 백지훈을 수원으로 보냈다. 백지훈은 이듬해 자신을 버렸던 서울에 골을 넣으며 분풀이하기도 했다. 백지훈 트레이드 이후 수원과 서울간 선수 교류는 더 이상 없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