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도 촌놈 지동원, K리그 습격사건

입력 2010-05-06 19:10:18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지동원. [사진제공 =전남드래곤즈]

전남 드래곤즈 관계자들은 요즘 15년 만의 신인왕 탄생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전남은 1995년 노상래(현 1군 코치) 이후 신인왕을 배출하지 못했다. 고작 시즌의 3분의1을 치른 시점에 김칫국부터 마시는 거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라운드에 가 보면 안다. 이게 허튼 희망이 아니라는 것을.

주인공은 187cm 76kg의 당당한 체격을 자랑하는 ‘슈퍼 루키’ 지동원(19). 그는 벌써 10경기에 출전해 3골1도움을 올렸다.


● 추자도 육상대표 축구를 만나다

지동원의 고향은 제주도 최북단의 작은 섬 추자도다.

그는 도내 달리기 대표였다. 정식으로 육상을 배운 건 아니다. 또래에 비해 키가 크고 다리가 길었던 탓에 등 떠밀리듯 초등학교 5학년 때 도 대표로 제주도 육상대회에 출전했다. 그리고 화북초등학교 코치 눈에 띄어 본격적으로 공을 차기 시작했다.

운동선수들이 대부분 그렇듯 어머니는 극구 반대했지만 배구선수 출신 아버지 지중식(50) 씨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아버지는 지금도 홈경기 때마다 배와 비행기를 갈아타는 수고를 아끼지 않고 응원 오는 가장 든든한 후원자다.

지동원은 오현중학교 시절 다섯 차례나 득점왕에 오를 정도로 유명세를 떨치며 광양제철고에 스카우트됐다. 고1 때는 대한축구협회가 선정한 우수선수에 뽑혀 잉글랜드 레딩으로 해외유학도 다녀왔다.

그리고 올 시즌을 앞두고 전남으로부터 우선지명을 받아 프로에 데뷔했다. 처음에는 스스로도 ‘과연 몇 게임이나 뛸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지만 슈바, 인디오와 함께 이미 팀 내 대표 공격수로 자리를 굳혔다.


● 두 자릿수 득점 목표

그는 ‘슈퍼 루키’ ‘유력한 신인왕 후보’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좀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고 털어놨다. “주변에서 늘 칭찬을 해 주시는데 제 플레이에 아직 만족하지 못하고 있어요. 공격 포인트도 그렇고….”

3골1도움이 성에 안 차는 걸까.

“그게 아니라 찬스에 비해 골을 많이 못 넣었다는 거죠. 신인왕도 물론 받고 싶긴 하지만 아직 많이 남았잖아요. 좀 더 가봐야죠.”

광양제철고 후배들 사이에서 그는 ‘우상’이다. 광양전용구장에서는 그가 볼을 잡을 때마다 연이어 터져 나오는 후배들의 감탄사를 종종 들을 수 있다. “애들이 큰 힘은 되죠. 근데 그 정도는 아닌데…. 참….”

그의 롤 모델은 바르셀로나의 공격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스웨덴)와 ‘아트 사커’의 1인자 지네딘 지단(프랑스)이다. 이브라히모비치의 여유 있는 플레이와 지단의 창의성을 동시에 갖고 싶단다.

“일단 올 시즌은 두 자릿수 득점을 하는 게 1차 목표에요. 그 외에는 생각 안 하려구요.”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