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지 포커스] 대작 뮤지컬로 눈과 귀를 황홀하게!

고양과 성남을 거쳐 서울로 입성한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하이라이트 장면(오른쪽). 뮤지컬 스타로 거듭난 옥주현(왼쪽)은 ‘몬테크리스토’로 관객들을 다시 찾았다. 스포츠동아DB

■ 가정의 달 마무리는 공연과 함께

‘미스 사이공’ 마침내 서울 입성
‘몬테크리스토’ 화려한 영상 압권

‘오페라의 유령’, ‘캣츠’, ‘레 미제라블’과 함께 세계 뮤지컬 ‘빅4’의 하나로 꼽히는 ‘미스 사이공’이 고양과 성남을 거쳐 마침내 14일 서울에 입성했다.

무려 4년 만의 컴백 무대. ‘미스 사이공’을 오매불망 기다려 온 팬들에게는 더 할 나위없이 기쁜 소식이다.

가정의 달 막바지 추천공연은 돌아온 ‘미스 사이공’과 성공적으로 첫 발을 뗀 ‘몬테크리스토’. 둘 다 대작인 만큼 충실한 들을 거리, 볼거리를 보장한다는 장점이 있다.

‘미스 사이공’은 여주인공 킴을 위한 작품이다. 이번 공연의 킴은 김보경과 임혜영이 맡았다. 김보경은 4년 전 영국 제작진이 “바로 이 목소리가 킴”이라며 발탁한 인물. 킴으로 낙점될 당시만 해도 ‘아이다’의 앙상블로 출연하고 있던 무명이었다. 초연 때 완전 무명에서 하룻밤 사이에 세계적인 명배우로 떠오른 ‘영원한 킴’ 레아 살롱가를 떠올리게 만드는 대목이다.

‘미스 사이공’의 하이라이트는 후반부에 등장하는 헬기의 등장신. 킴의 회상 장면으로, 베트남 철수에 임박해 미국 대사관 앞에서 벌어지는 처참한 아비규환을 다루고 있다. 한때 런던, 뉴욕에서 ‘진짜 헬기가 등장하는 뮤지컬’로 소문이 자자했던 ‘미스 사이공’이지만 실제 헬기는 아니고 무대 세트였다. 한국 공연에서는 세트 대신 영상으로 처리됐다.

‘미스 사이공’과 달리 ‘몬테크리스토’는 팬들에게 낯선(제목이야 너무나도 익숙하지만) 작품이다. 국내 초연작인 탓이다.

‘몬테크리스토’는 스타 군단의 대거 기용으로 부족한 인지도의 틈을 메웠다. 국내 최고의 뮤지컬 남우들인 류정한, 엄기준, 신성록이 ‘3종 세트’로 복수의 화신 몬테크리스토 역을 맡았다. 연인 메르세데스는 옥주현과 차지연. 더 이상 화려함을 바란다면 욕심이 지나치다.

영상과 실사를 적절히 활용한 부분도 눈길을 잡는다. 스크린에 영상을 투사하는 기법은 최근 뮤지컬의 트랜드이기도 하지만(‘미스 사이공’의 헬기 등장이 대표적이다) ‘몬테크리스토’는 그야말로 궁극의 영상미를 보여준다. 바다 속에 던져진 주인공이 자루를 풀고 수면으로 헤엄쳐 올라가는 장면에서는 입이 쩍 벌어지고 만다.

캐스팅은 모두 만족스럽지만 그 중에서 하나를 고르라면 류정한-옥주현 조합이다. 극장 구석구석까지 닿은 류정한의 카리스마, 애절한 노래를 쏟아내며 보여주는 옥주현의 실제 눈물 연기는 압권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